우크라, 남부 돌파구 찾았나…"크림반도 향한 진격로 열고있다"

입력 2023-08-31 10:37   수정 2023-08-31 10:43

우크라, 남부 돌파구 찾았나…"크림반도 향한 진격로 열고있다"
러 본토-크림 육로 차단 위한 시도에 '진전있다' 주장
로보티네 탈환 이어 토크마크·멜리토폴에 반격 채비
러 3중 방어선 한겹 뚫린 셈…러는 "공세 막아냈다" 반박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러시아군 방어선에 가로막혀 두 달여 간 교착 상태에 빠졌던 우크라이나의 반격이 남부 전선에서 돌파구를 찾았다는 주장이 제기돼 주목된다.
30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교장관은 최근 파리에서 프랑스 외교관들을 만난 자리에서 러시아군을 크림반도로 몰아넣을 길이 열릴 수 있다고 말했다.
남부 전선 전략 요충지인 자포리자주 로보티네 마을을 탈환하면서 러시아 본토와 크림반도를 잇는 육상통로를 차단할 희망이 생겼다는 이야기다.
쿨레바 장관은 "(로보티네) 양 측면을 확고히 하면서 우리는 토크마크, 그리고 결국에는 멜리토폴과 크림반도 행정경계로 가는 길을 열고 있다"고 말했다.
토크마크와 멜리토폴은 우크라이나 남부를 점령한 러시아군의 핵심 보급로가 지나는 도시들이다.
이 도시들을 우크라이나에 빼앗기면 크림반도를 거치지 않고 직접 탄약과 물자, 병력을 투입할 길이 막히게 되며, 드니프로강을 따라 형성돼 있는 러시아군 방어선도 유지되기 힘들어진다.
우크라이나 군당국은 이날 전황 보고서에서 로보티네 남부와 남동부 방면에서 '성공'을 거뒀다고 말했다.

다만, 러시아군은 로보티네를 해방하고 토크마크로 향하고 있다는 우크라이나 측 주장과 달리 로보티네와 인근 베르보베 일대에서 9차례에 걸친 우크라이나군의 공세를 모두 막아냈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CNN 방송은 로보티네와 베르보베 사이의 좁은 구역에 우크라이나군과 러시아군 부대 다수가 뒤섞인 채 근접전을 벌이면서 상당한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군이 로보티네를 확고히 장악했더라도 쾌속 진격이 시작되긴 어려울 수 있다. 러시아 군당국은 이 지역에 3겹의 방어선을 구축했다고 밝혔는데, 우크라이나군의 로보티네 탈환은 이중 한 겹을 뚫어낸 것에 불과해서다.
쿨레바 장관은 6월 초부터 지속 중인 우크라이나군의 '대반격' 작전이 직면한 어려움을 시인하면서 "지뢰밭과 요새화 수준이 전례 없는 수준이고 러시아 드론(무인기)과 헬기, 항공기가 하늘을 지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상황에서도 우린 차츰 성공을 이뤄내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로보티네를 탈환할 때는 병사 31명이 지뢰밭을 몇㎞나 기어서 진격로를 확보해야 했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군과 러시아군은 다른 전선에서도 격전을 이어가고 있다.
우크라이나 북동부에서는 역습에 나선 러시아군이 하르키우주의 전략요충지인 쿠피안스크를 향해 진격을 시도하고 있다.
후방 역시 안전지대가 아니다.
러시아는 지난달 흑해곡물협정을 중단한 이후 우크라이나 주요 곡물항을 거듭 폭격한 데 이어 30일에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겨냥해 올 봄 이후 최대 규모의 공습을 가했다.
이번 공격에는 이란제 자폭 드론은 물론 투폴레프(Tu)-95MS 전략폭격기까지 동원돼 장거리 미사일을 쏘아댔다고 한다.
이에 앞서 우크라이나도 같은날 새벽 러시아 북서부 프스코프를 비롯한 러시아 본토 6개 지역을 대상으로 이번 전쟁 발발 후 최대규모로 보이는 드론 폭격을 감행했다.
이처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소모적으로 보일 수 있는 후방에 대한 장거리 공격을 주고받는 배경에는 물적·인적 피해에 더해 상대국 국민의 전쟁의지를 꺾고 자국군의 사기를 진작하려는 심리전 목적도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hwang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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