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황윤정 기자 =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열화우라늄탄을 지원하기로 하자 러시아가 '범죄 행위'라고 반발하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이달 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를 예고 없이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열화우라늄탄이 포함된 10억달러(약 1조3천억원) 이상 규모의 추가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산 에이브럼스 M1 탱크에 장착될 120mm 열화우라늄탄은 장갑차나 전차의 철판을 뚫을 정도의 파괴력을 지니고 있다.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최근 반격 작전에서 성과를 내기 시작한 우크라이나군의 전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열화우라늄탄은 표적과 충돌해 폭발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방사성 먼지와 독성 물질로 인해 논란이 되는 무기이기도 하다.
미국의 지원 방침이 알려지자 지난 7일 러시아는 "범죄 행위", "비인간적 행위"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미국이 '논란의 무기' 열화우라늄탄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CNN 방송은 열화우라늄탄이 올가을 우크라이나 전선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전하면서 이 무기가 논란이 되는 이유 등을 정리해 7일(현지시간) 소개했다.
-- 열화우라늄이란.
▲ 열화우라늄은 천연 우라늄에서 방사능이 높은 동위원소가 대부분 제거된 우라늄을 뜻한다.
농축우라늄보다는 방사능이 훨씬 적고 핵반응을 일으킬 수도 없다. 하지만 밀도가 매우 높아 발사체로 쓰기에 좋다. 표준 탄약에 사용되는 금속인 납보다 밀도가 거의 두 배 높다.
특히 열화우라늄은 공격 목표와 충돌할 때 관통력이 더 세져 적의 전차 장갑을 뚫을 정도의 파괴력이 있다.
미국 싱크탱크 랜드연구소의 핵 전문가 에드워드 가이스트는 AP 통신에 "밀도가 높고 추진력이 강해 장갑을 계속 뚫고 나가고, 이 과정에서 뜨거워져 불이 붙는다"고 설명했다.
-- 인체 유해 논란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의견은.
▲ IAEA는 열화우라늄이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우라늄보다 방사능이 상대적으로 적다면서도 취급 시 주의를 당부했다.
IAEA는 "열화우라늄 노출이 군인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 연구를 보면 열화우라늄에 노출된 것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군인 사망률 증가와 관련지을 수 없다는 것이 주요 결론"이라고 설명했다.
랜드연구소는 한 보고서에서 "방사능이 열화우라늄의 주요 위험 요소라는 것은 (사람들이 가진) 일반적인 오해"라면서 "대부분의 전장 노출 시나리오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열화우라늄이 체내에 들어가면 위험할 수 있다.
열화우라늄탄이 탱크의 장갑에 부딪히면 발화해 우라늄 먼지를 뿜어낼 수 있으며 이를 흡입하면 혈류로 유입돼 신장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IAEA는 "농도가 높으면 신장에 손상을 입힐 수 있고 극단적인 경우 신부전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 다른 나라도 우크라이나에 열화우라늄탄 보냈나.
▲ 영국 국방부는 올해 3월 우크라이나에 열화우라늄탄을 보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서방 집단이 핵이 포함된 무기를 사용한다면 러시아는 그에 상응하는 대응을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 모든 일이 일어난다면 러시아가 이에 상응하는 대응을 해야 한다는 것을 언급하고 싶다"면서 "내 말은 서방 집단이 핵 성분이 있는 무기를 이미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영국 정부 당국자들은 "푸틴 대통령이 열화우라늄탄에 대해 의도적으로 허위 정보를 흘리려 한다"며 "영국군은 수십 년 동안 장갑을 관통하는 포탄에 열화우라늄을 사용해왔다"고 반박했다.
영국 국방부 대변인도 "열화우라늄탄은 핵무기 또는 핵 능력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러시아도 이를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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