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NO 사무총장, 기자간담회서 주장…"공정 분담 필요"
(서울=연합뉴스) 오규진 기자 = 빅테크(거대 정보기술기업)들이 네트워크 인프라에 투자하는 금액이 통신사업자의 55분의 1 수준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리세 푸르 유럽통신사업자협회(ETNO) 사무총장은 8일 서울 강남구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오늘날 인터넷 생태계에는 불균형이 존재하는데, 이는 통신망에 대규모 접속을 유발하면서 수익을 창출하는 빅테크들이 적정한 대가를 지불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푸르 사무총장은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의 '모바일360 아시아태평양'(M360 APAC) 콘퍼런스 참석을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인프라 구축과 관련해 유럽 통신사들은 한 해 550억 유로(약 78조5천억 원)를 투자하지만, 빅테크는 약 10억 유로(약 1조4천억 원)밖에 하지 않는다"면서 "빅테크들의 설비투자액 대부분은 자신들의 클라우드에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이상학 KTOA 상근부회장도 "한국만 하더라도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이용자당 데이터가 15배 증가했다"면서 "몇몇 빅테크가 상당히 많은 트래픽을 차지하고 망에 부담을 주고 있는데 여기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있다는 인식이 크다"고 거들었다.
푸르 사무총장은 인터넷 생태계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각국의 상황에 맞는 '공정 분담'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럽에서는 인프라 투자를 위해 대규모 트래픽 발생 사업자가 통신사에 직접 대가를 지불하는 방식을 제안하고 있다"면서 "망 중립성 규정을 완전히 준수해야 하고, 트래픽이 5%를 초과하는 빅테크에만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럽 집행위원회는 (2030년까지 목표로 하는 디지털전환 정책) '디지털 10년'을 달성하기 위해 2천억 유로 투자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면서 "빅테크가 공정 기여를 한다면 목표를 더 빠르게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콘텐츠제공사업자(CP)들이 콘텐츠 대가가 올라가면 크리에이터에게 돌아가는 수익이 줄어든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선 "그렇지 않다"며 반박했다.
푸르 사무총장은 "이들 기업은 사용자가 만든 데이터를 바탕으로 돈을 번다"면서 "콘텐츠 시장 경쟁은 거세지고 있고, 여기에는 시장 경제 논리가 작용한다. 콘텐츠제공사업자들이 '공정 기여' 때문에 수익이 낮아진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도 "망 이용 대가는 한국에서 가져가는 수익 가운데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며 "독점적인 시장 지위를 이용해 이용자를 볼모로 한 매우 부적절한 언급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앞서 KTOA와 ETNO는 지난달 31일 빅테크에 망 투자 비용 분담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성명서에서 두 협회는 "빅테크에 대한 인프라 투자비 분담 목소리는 한국과 유럽만의 일이 아니며 인도, 호주, 브라질, 그리고 빅테크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에서도 높아지고 있다"며 망 비용 분담을 의무화하는 정책 마련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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