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멕시코시장서 커지는 "니하오"…中상인에 밀려나는 한인들

입력 2023-09-13 07:43  

[르포] 멕시코시장서 커지는 "니하오"…中상인에 밀려나는 한인들
멕시코시티 센트로 지역서 중국인들, 임대료 상승 이끌며 '장악'
수년새 한인 업체 절반 아래로 감소…고질적 치안 불안도 여전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이 골목에 있는 옷 가게 15개 중 한국인이 운영하는 곳은 1개만 남았어요. 2∼3년 전만 해도 3∼4곳은 됐지요"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 한복판에 있는 센트로 지역에는 의류, 생활용품, 잡화, 기념품 등 말 그대로 없는 게 없는 만물시장이 밀집해 있다.
그중 한 곳인 믹스칼코 시장에는 각종 의복, 신발, 파티용 장신구 등을 파는 가게 900여개가 몰려 있다. 이 시장은 1957년에 정식 개장했다.
12일(현지시간) 찾은 믹스칼코 시장에는 각양각색의 옷을 파는 상가 주변에 타코와 먹거리를 파는 좌판이 늘어서 있어 활기찬 분위기를 띠고 있었다.
한 건물 코너에 서서 주위를 살피던 경찰관 훌리오는 "믹스칼코는 일주일 내내 사람으로 붐빈다"고 설명했다.
멕시코 토착 원주민 언어(나와틀어)로 '구름의 집'이라는 뜻의 믹스칼코는 실제 주말이면 저렴하게 옷을 사려는 이들이 구름떼처럼 몰린다고 한다.



믹스칼코는 한인 의류업체가 다수 자리한 곳이기도 하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2000년대 초중반에 한국인들이 운영하는 업체가 50∼60곳에 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는 20여곳이 남은 것으로 교민사회에서는 보고 있다.
이곳에서 10여년간 비교적 큰 규모의 점포를 운영하는 윤영옥(63)씨는 "지금은 한인들이 많이 떠났다"고 했다. 윤씨 가게 주변에도 한때 3∼4명의 '한국인 사장'이 있었지만, 현재는 모두 상점 주인이 바뀌었다.
그는 "몇 년 전부터 중국인들이 대거 이곳에 몰리고 있다"며 "한인들보다 중국 상인들을 찾기가 더 쉬울 것"이라고 했다.
실제 시장 곳곳에서 심심찮게 중국어가 들려왔다. 직접적으로 국적을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가게 안에서 2∼3명이 중국어로 대화하는 모습도 쉽게 눈에 띄었다.
한국인 점주들은 중국 상인들이 수년 전부터 높은 임대료를 제시하며 기존 멕시코 현지인 또는 한인들 상점을 인수하는 일이 빈번해졌다고 입을 모았다.



중국인들은 특히 건물 모퉁이에 있거나 면적이 넓은, 이른바 '목이 좋은' 점포를 공격적으로 노렸다. 이 중 많은 점포의 옛 주인은 한인들이었다고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한인 업주는 "집주인이 임대료를 높여 부른 것에 반발하다 결국 가게를 내준 멕시코 현지인도 있다"고 전했다. 그 가게 가장 안쪽에는 한 남성이 계산대 뒤에 앉아 중국어로 큰 소리로 통화하고 있었다.
상인 김복원(64)씨는 "더 높은 급여를 약속하며 한인 상점에서 오래 일한 숙련된 점원을 중국 주인들이 데려가려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대체로 비슷한 급료를 보장해 주며 함께 일하기를 권하지만, 때론 터무니없는 금액으로 '빼가기' 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시장을 찾은 허태완 주멕시코 대사는 멕시코한인회장, 시민경찰대, 현지 관할 경찰관 등과 함께 교민 애로사항을 들으며 안전 상황을 점검했다.
한인 상인들은 특히 허 대사에게 우범지대와 가까운 이 일대 고질적인 치안 불안 요소에 대한 걱정을 전했다.
주멕시코 대사관은 한인 상인들이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현지 경찰의 관심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walde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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