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세계 무역 상황은 소위 탈세계화 경향과는 거리가 있지만 두 개의 블록으로 갈라지는 조짐이 일어나고 있으며 이런 추세가 심화할 땐 세계 실질소득이 감소할 거라는 세계무역기구(WTO)의 진단이 나왔다.
랄프 오사 WTO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13일(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세계 무역에서 나타나는 분열 징후가 성장과 발전을 저해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지정학적 긴장 상태가 무역에서도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수년간 미·중 패권 경쟁이 심화한 데다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을 계기로 서방 국가들과 러시아 및 그 협력국 사이에 대치 전선이 형성된 점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미국을 위시한 서방국 및 우호국들, 중국·러시아 및 협력국들로 구분할 수 있는 양대 블록 사이에서 무역 흐름을 분석한 결과 "두 블록 사이의 상품 흐름은 각 블록 내부에서의 상품 흐름보다 4∼6% 느리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세계의 지정학적 분열로 인해 글로벌 무역에도 균열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보고서는 부연했다.
다만, 이런 경향이 있다고 해서 지난 수십년간 글로벌 무역 성장을 이끌어온 세계화 추세에 정반대 개념인 탈세계화가 현실화한 건 아니라고 보고서는 짚었다.
보고서는 "글로벌 무역의 탈세계화 관측은 데이터로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면서 "미·중 무역은 지난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코로나19 대유행 마감과 함께 양측의 무역은 놀랍도록 탄력적으로 회복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글로벌 무역이 두 블록으로 나뉘는 상황이 심화하면 공급망 타격 등으로 인해 전 세계에 피해를 안길 것이라고 보고서는 경고했다.
보고서는 "우리는 재세계화를 통해 다자 무역을 복원하기 위해 노력하거나, 반대로 분열을 향한 길을 따라가게 될 것"이라며 "세계 무역이 두 블록으로 분할되면 전 세계 실질 소득이 약 5%에 달하는 손실이 발생하며 일부 개발도상국은 두 자릿수 손실에 직면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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