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실물' 엔진이 한국 로켓개발에 도움?…확인하니 '모형' 맞아

입력 2023-09-17 07:00  

러 '실물' 엔진이 한국 로켓개발에 도움?…확인하니 '모형' 맞아
항우연, 2008년 러 제공 지상검증용 발사체 엔진 분석해 '모형' 결론
"내부 부품 없는 껍데기…주요 구성품 정보 담고 있지 않아"


(서울=연합뉴스) 조승한 기자 = 한국이 최초 우주발사체 나로호 개발 당시 러시아로부터 받은 모형 로켓엔진이 실제로는 진품이어서 큰 도움이 됐다는 검증되지 않은 비화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최종 판명됐다.
나로호 개발이 진행되던 2008년 러시아가 지상검증용 발사체(GTV)에 안가라 로켓 엔진 모형을 달아 한국에 제공했는데, 이엔진이 사실은 진품이어서 나로호는 물론, 이후 누리호 개발에까지 도움을 줬다는 이야기는 한국 우주개발사의 야사처럼 일각에서 전해오고 있다.
몇몇 연구자들은 이 이야기를 정설처럼 일부 언론에 공개하기도 했다.
며칠 전 북러 정상회담에서 북러 정상이 안가라 로켓을 시찰하며 다시 주목받은 이 이야기는 최근 항공우주연구원의 조사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겉만 비슷할 뿐 내부에 부품이 없는 모형 엔진이 맞았다는 것이다.
17일 항우연에 따르면 항우연 발사체연구소는 지난 5월 GTV에 달린 엔진을 분석한 결과 모형임을 확인했으며, 한국의 자체 발사체 개발에 도움 될 만한 정보를 거의 담고 있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

2009년과 2010년 2차례 발사에 실패하고 2013년 3차 발사에 성공한 나로호는 2단형 발사체로, 1단 로켓으로 러시아 우주기업 에네르고마쉬가 개발한 RD-151 엔진을 사용하고 2단 로켓은 한국이 자체 개발한 8t급 고체엔진을 썼다.
이중 RD-151은 러시아의 안가라 로켓에 달린 다단연소사이클 방식의 RD-191의 파생 엔진으로, RD-191과 성능은 같은 대신 나로호에 맞춰 재조정한 엔진이다.
당시 1단 제작을 담당한 러시아 우주기업 흐루니체프는 한국의 우주발사체 조립동과 발사대 인증시험을 위해 모형 엔진을 단 GTV를 제공했다.
하지만 이 모형 엔진이 실제 엔진이라는 주장이 최근까지도 꾸준히 제기되자 항우연은 지난해 10월 모형 엔진을 면밀히 분석하기로 결정했고, 7개월만에 나로호에 쓰인 RD-151 엔진과 형상은 같지만 내부에 부품이 없는 더미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연소기 터보펌프, 밸브류 등 엔진의 핵심인 주요 구성품의 설계 형상이나 제작 기술 파악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당초 러시아는 나로호 3차 발사가 끝나고 GTV를 가져가려 했지만, 한국이 계약에 GTV도 포함돼 있다며 막아 이를 가져가지 못했다. 이후 GTV는 항우연에 보관돼 있었다.
GTV를 바로 분석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최환석 항우연 발사체연구소장은 "당시 누리호 75t 엔진이 이미 자체 개발되고 있었고 이를 개발하는 데도 여력이 없던 상황"이라며 "누리호와 다른 방식을 활용하는 GTV를 굳이 들여다볼 필요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누리호가 지난해 6월 2차 발사에서 성공을 거두면서 검증할 여유가 생겼고, 이에 실물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분석을 진행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항우연은 이번 분석 결과 GTV에 부착된 엔진이 완제품을 들여다봐 거꾸로 원리를 파악하는 '역공학'을 진행할 수준의 공학적 정보도 담고 있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만에 하나 차세대발사체 개발에서 엔진 레이아웃 배치 설계 등에 참고할 수 있을지도 봤으나, 설계 개념 차이가 나 실제 기술적인 도움은 제한적인 상황이라고 항우연은 설명했다.
최 소장은 "겉모양만 보면 모형이다 아니다를 확실히 말하기 쉽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겉 부품 중에는 실제 실물을 쓴 부분도 있지만, 엔진은 껍데기가 큰 의미가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어 "누리호 엔진 개발은 부품 단위 설계, 제작, 시험 등 모든 절차가 독자 기술로 개발됐고, 모형 엔진의 도움을 받았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shj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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