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뒤이어 유엔 연설하면서 공개 비판
"반세기 뒤엔 30억명 기후 난민 될 것…인류 生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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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미국 이민당국이 중남미 이주자들을 말을 타고 채찍을 휘두르면서 쫓아내고 있다고 콜롬비아 대통령이 공개 비판했다.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바로 다음 순서로 연설하면서 이같이 말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페트로 대통령은 "그들이 사람들을 말에 태워 손에 채찍을 쥐고 가축과 사슬을 가지고 (이주민들을) 쫓게 했다"며 "외국인에 대한 증오를 키우며 바다에 감옥을 지어 여전히 자신들이 우월한 인종이라고 믿는 백인들의 땅에 남쪽의 남녀가 발도 딛지 못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2021년 9월 미국 국경 순찰대원들이 말을 탄 채로 채찍을 들고 아이티 이주민들을 쫓는 사진이 공개돼 논란이 된 바 있다.
이같은 연설은 콜롬비아와 파나마의 국경 지대인 '다리엔 갭' 정글을 넘어 미국으로 향하기 위해 지난 2년간 수십만 명이 세계 각지에서 몰려들어 콜롬비아가 인도주의 위기를 겪는 가운데 나왔다.
페트로 정부는 지난 4월 미국과 다리엔 갭을 통한 사람과 상품의 불법적 이동을 막기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의 협약을 맺었다.
그러나 페트로 대통령은 최근 NYT와 한 인터뷰에서 이같은 흐름을 군경을 동원해 막는 것이 자신의 목표는 아니라면서 미국이 베네수엘라 제재와 같이 중남미인들의 이주를 촉발하는 정책을 바꾸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콜롬비아 첫 좌파 정부를 출범한 페트로 대통령은 자국에서 특유의 서사적 표현과 반제국주의적인 화법을 구사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고 NYT와 AP 통신은 전했다.
이날 연설에서 페트로 대통령은 '생명의 위기'가 이미 시작됐다면서 강대국들이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기후 난민'이 확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북쪽으로의 대탈출이야말로 각국 정부의 실패에 대한 정확한 측정치"라며 "2070년에는 30억명이 자신이 사랑하는 지역이 거주 불가능해지면서 떠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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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로 대통령은 이어 "아름다운 내 조국 콜롬비아에는 사막만 남을 것"이라며 "사람들은 더는 '부'(富)가 아니라 더 단순하고 더 생명과 직결되는 '물'에 이끌려 북쪽으로 향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인류가 위기의 근원인 기후변화 대신 전쟁에 힘을 쏟아 왔다면서, 전 인류가 문화 다양성과 생명을 존중해야 한다고 문학적인 표현을 구사하며 강조했다.
페트로 대통령은 "생(生)은 지구의 가장 멀고 외딴 구석에서 시작돼 길을 따라가며 섞이는 다양한 문화를 가진 사람들의 조용한 행진에서 시작됐다"며 "온갖 색깔들이 길과 바다, 정글로 나아가며 지구라는 캔버스에 예술작품을 빚어낸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의 세 손주가 인류 종말과 동떨어진 삶을 살기를 바란다며 "인간이 스스로 지구상에서 멸종하기를 멈추고 문화적 다양성을 이해하며 우주로 생명의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시대에 그들이 살아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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