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급력 없는 얘기 공회전…연설서 배제된 G2엔 'B급' 평가
주최한 유엔총장 '굴욕'…안보리 회의와 겹쳐 무관심 속 종료
(서울=연합뉴스) 최재서 기자 =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야심 차게 준비한 기후목표 정상회의가 미국과 중국, 인도 등 최대 탄소 배출국 정상들의 연설 없이 마무리됐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기후 위기에 대한 선진국들의 관심이 사그라들고 있다는 불만이 팽배한 가운데 새로운 합의도 나오지 않아 회의가 사실상 존재감 없이 묻혀버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유엔 총회 부대행사 '2023 기후목표 정상회의'는 오는 11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를 앞두고 각국 기후 행동을 촉구하려는 취지에서 열렸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이번 회의에서 기후 행동을 진지하게 다뤄온 고위급 지도자들만 연설하도록 하겠다고 밝혀왔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포스트(WP)는 "세계에서 가장 큰 탄소 배출국 2곳, 중국과 미국의 지도자들은 (연설자에) 포함되지 않았다"며 "미국과 중국이 B급 리스트에 올랐다"고 전했다.
기후 변화에 대한 책임이 가장 큰 것으로 평가되는 주요 당사국이 정작 이번 회의에서는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것이다.
실제 이번 회의에서는 세계 4대 탄소 배출국 가운데 유럽연합(EU) 정상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만 연설자로 초청됐다.
중국과 인도는 유엔총회에 아예 참석하지 않았고, 미국에서는 국가 정상이 아닌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주 주지사만이 연설대에 올랐다.
뉴섬 주지사는 석유회사를 상대로 소송전을 벌이며 화석연료 비판의 선봉에 선 인물로, 이날 연설에서도 화석연료를 정조준하며 가장 큰 호응을 얻었다.
주요국 불참 속에 이번 회의에서는 기후 대응과 관련된 새로운 약속 또한 거의 제시하지 못했다.
캐나다와 일부 EU 국가가 개발도상국을 위한 기후기금에 더 많은 재정을 투자하는 등 조처를 하겠다고 밝힌 정도다.
개발도상국들은 기후목표 정상회의와 동시에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 집중된 국제사회 시선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미아 모틀리 바베이도스 총리는 "안보리에서 우크라이나 문제를 진지하게 대하듯 기후변화에 대해서도 논의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사실 이(기후변화)는 전 세계적으로 더 많은 생명이 걸려있다는 점에서 더 큰 위협"이라고 말했다.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은 기후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화석연료 기업들 또는 화석연료에서 벗어나길 꺼리는 국가들을 향한 끊임없는 압박이라고 주장했다.
이외 연설자들은 기후 위기에 대한 무대응이 이어질수록 그에 뒤따르는 비용이 눈에 띄게 불어나고 있다고도 언급했다.
WP는 이날 기후목표 정상회의가 신뢰도 위기에 직면한 유엔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회의의 연장선상에서 개최될 COP28 역시 개최국인 UAE의 화석연료 생산 문제로 시작도 전부터 위태로운 분위기다.
COP는 이미 지난 수년간 시급한 기후 문제와 관련해 뚜렷한 국제적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해 신뢰도 하락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올해는 각국이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상향하지 않고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어나면 지구 평균온도가 2100년까지 2.1~3.4도 상승할 것이란 보고서를 두고도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각국은 지난 2015년 파리기후협약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으로 지구의 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로 제한하기로 한 바 있다.
acui7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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