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 중국 10대 자산운영사 중룽신탁 환매중단 사태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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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 중국의 부동산 시장 침체가 중국 내 '그림자 금융'의 위험성에 대해 새로운 경고음을 내고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한 투자신탁회사의 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투자자들의 패닉을 초래했고 부동산 위기로 수면 위에 떠오른 부채 문제를 중국 정부가 어떻게 다룰지가 시험대에 올랐다고 이 매체는 진단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즈(中植) 금융그룹의 계열사인 자산운용사 중룽(中融)국제신탁은 지난주 성명을 내고 여러 대내외 요인으로 인해 다수 투자상품에서 일정에 따른 지급이 이행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향후 환매 계획에 대해선 추가 언급이 없었다.
중룽국제신탁은 작년 말 기준 총운용자산액이 1천80억달러(145조원)에 달하는 중국 10대 자산운용사다.
중국 내 부동산 개발업계 1위인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의 디폴트 위기와 맞물려 지난 7월 말부터 중룽국제신탁이 운용하는 투자상품에서 환매 중단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중룽신탁이 향후 환매 일정을 밝히지 않으면서 중국의 그림자 금융에 대한 새로운 공포를 촉발하고 있다고 NYT는 진단했다.
중국 내 투자업계는 오랜 기간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자금조달원 역할을 해왔다. 은행에서 직접 돈을 빌리지 못하는 중소기업이나 부동산 개발업체에 대출을 제공하지만 금융규제의 사각지대에 있어 오랜 기간 중국 경제의 뇌관으로 지목돼왔다.
중룽신탁 역시 중국의 부유층이나 은행에서 대출받을 수 있는 기업들에 투자상품을 판매해 확보한 자금을 부동산 개발업체 등에 빌려주는 그림자금융의 한 축을 담당해왔다. 이들 신탁회사는 투자처를 세부적으로 공개할 의무가 없다.
시장 전문가들은 중룽신탁의 환매 중단 사태가 중국 당국의 통제 가능 범위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중룽신탁이 판매한 투자상품 구제가 기존 중국 정부의 정책 기조와 모순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가 쉽게 나서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 정부는 2016년 이후 그림자 금융 축소 정책을 펼쳐왔다. 또한 2020년부터 부동산 개발업체를 상대로 건전성 규제를 강화해왔다. 중국의 부채 문제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정책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2021년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의 유동성 위기와 최근 비구이위안 위기 모두 중국 정부의 이런 부채 축소 정책 기조에 따라 초래된 측면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로디움 그룹의 로건 라이트 중국시장 연구 책임자는 "중국 경제가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채무 불이행을 구제해줄 것이란 믿음이 있었는데, 부채가 급격히 팽창하면서 정부가 정책 기조를 바꿨다"며 "정부가 구제해주는 전략은 이제 종료가 임박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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