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니 伊총리, 이주민 정책 실패 인정 "실망스러웠다"

입력 2023-09-25 19:10  

멜로니 伊총리, 이주민 정책 실패 인정 "실망스러웠다"
1년 전 총선 공약과 반대로 이주민 유입 급증에 '당혹'
伊 일간지 "정부 정책, 최악의 결과만을 가져왔다" 혹평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1년 전 총선의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던 이주민 유입 차단을 위한 정부의 대처가 "실망스러웠다"고 인정했다.
멜로니 총리는 지난 23일(현지시간) 이탈리아 공영 방송 라이(RAI) 1의 인기 토크쇼 '포르타 아 포르타'에 출연해 "우리가 열심히 노력한 이주민 문제가 개선되기를 바랐지만, 결과는 기대했던 것과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이 문제에 대해 훨씬 더 잘할 수 있기를 바랐다"면서 "분명 매우 복잡한 문제이지만 잘 해결해나갈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멜로니 총리는 1년 전인 2022년 9월 25일 총선에서 아프리카 해안을 봉쇄해서라도 불법 이주민 유입을 막겠다고 약속했다.
멜로니는 이탈리아 사상 최초의 여성 총리로 선출됐지만 그의 공약과는 달리 현 정부는 이주민 유입을 막는 데 있어서 이전 정부만큼이나 무력한 모습을 보인다.
이탈리아 내무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배를 타고 이탈리아에 도착한 이주민은 13만2천여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6만9천여명에 비해 크게 늘었다.
이탈리아 최남단의 작은 섬 람페두사에는 지난 11∼13일 섬 인구(약 6천명)보다 훨씬 많은 이주민 약 8천500명이 상륙했다.
수용 시설이 감당할 수 없는 규모의 이주민이 한꺼번에 몰려들면서 시스템이 무너져 대혼란이 발생했고, 1년 전 이주민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던 멜로니 총리는 당혹스러운 처지에 몰렸다.
구이도 크로세토 국방장관은 "정부의 현안은 이주민, 인플레이션, 경제"라며 이주민 문제를 첫손으로 꼽았다.
멜로니 총리는 아프리카 이주민의 대표적 출발지인 튀니지 정부에 경제 지원을 대가로 이주민 출항 단속 약속을 받아내는 등 외교적 노력을 기울였지만, 정부 내에서도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올 정도로 별다른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우파 연정 파트너인 동맹(Lega)의 안드레아 크리파 부대표는 "우리는 이탈리아가 쓸 수 있는 수단을 써 스스로 처리해야 한다. 송환 정책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정책 전환을 촉구했다.
이를 반영하듯 멜로니 정부는 지난 18일 이주민의 구금 기간을 종전보다 최대 4배(18개월)로 늘리고, 새로운 구금 시설을 건설하는 등 망명 자격이 없는 이주민의 본국 송환 비율을 높이기 위한 새로운 조치를 내놨다.
최대 야당인 민주당(PD)은 "이주민 문제에서 우파는 실패했다"며 "우파는 인권 존중과 보호, 이탈리아의 이익 보호 모두에서 완전히 비효율적인 길을 계속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주요 언론매체들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는 "해안 봉쇄에서 항구 폐쇄, 대량 송환에서 아프리카 독재자와의 협정에 이르기까지 정부의 정책은 최악의 결과만을 가져왔다"고 혹평했다.
또 다른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집권 1년이 지난 멜로니 정부는 마치 챔피언스리그에 처음 출전한 축구팀처럼 전반전이 끝났지만, 골을 넣지 못하고 있다"며 "이제 후반전이 곧 시작될 것이고 대중은 '더 나아지기를 바랐다'고 불평하고 있다"고 논평했다.
changy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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