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연구팀 "삼엽충 내장에 조개류 등 가득…바닷속 청소부 역할한 듯"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화석으로만 남아 있는 유명한 절지동물 중 하나인 삼엽충은 무엇을 먹고살았을까? 잘 보존된 4억6천500만 년 전 삼엽충 화석을 입체적으로 분석한 결과 내장 속에서 조개류 등 다양한 먹이가 확인됐다.
![](https://img.wowtv.co.kr/YH/2023-09-28/AKR20230926194600518_01_i.jpg)
스웨덴 웁살라대학 페르 E. 알베리 교수팀은 28일 과학저널 '네이처'(Nature)에서 삼엽충(보헤몰리차스 인콜라) 화석을 분석, 내장 속에서 절지류, 히올리스, 조개류 등 해양 생물의 조각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삼엽충은 캄브리아기 초기부터 페름기 말기(약 5억4천100만년~2억5천200만년 전)에 이르는 2억7천여만년 동안 얕은 바다에서 살던 대표적인 동물 중 하나로 지금까지 보고된 것만 2만종이 넘는다.
연구팀은 그동안 수많은 삼엽충 화석이 발견됐지만 내장 내용물이 있는 화석은 보고된 적이 없어 삼엽충의 먹이 습관 등 생활 방식은 간접적으로 유추할 수밖에 없었다고 연구 배경을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체코에서 발견된 4억6천500만년 전 오르도비스기 중기의 삼엽충 화석을 프랑스 그로노블 유럽싱크로트론방사광시설(ESRF)의 첨단 싱크로트론 현미경 단층촬영(PPC-SRμCT)을 이용해 내부를 3D로 정밀 분석했다.
![](http://img.yna.co.kr/etc/inner/KR/2023/09/26/AKR20230926194600518_02_i.jpg)
그 결과 입부터 항문으로 이어진 삼엽충 화석의 내장 부위에 먹이로 보이는 다양한 내용물 조각들이 잘 보존된 것으로 나타났다.
내장에는 각종 갑각류와 해삼·멍게 같은 극피동물, 캄브리아기에 살던 원뿔형 껍질의 히올리스, 대합·홍합 같은 쌍각류 등 조각이 꽉 차 있었다.
연구팀은 보헤몰리차스 인콜라가 껍질을 쉽게 깨뜨릴 수 있거나 통째로 삼킬 수 있는 작은 크기의 죽은 동물이나 살아 있는 동물을 잡아먹은 것으로 보인다며 바다 밑에서 청소부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했다.
![](http://img.yna.co.kr/etc/inner/KR/2023/09/26/AKR20230926194600518_04_i.jpg)
보헤몰리차스가 얕은 바다에 사는 작은 조개류 같은 무척추동물을 무차별적으로 먹어 치운 것으로 보이며 적극적으로 사냥을 하기보다는 청소부 같은 방식으로 먹이를 구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또 이 삼엽충 화석에는 연한 조직이 다른 동물에 먹힌 흔적도 있어 죽은 후 다른 동물의 먹이가 된 것 같다며 다만 내장은 소화기관 내부의 독성 환경이나 효소 활동 등에 의해 먹히지 않고 보존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이 화석은 삼엽충의 식단과 먹이 섭취 방식에 관해 지금까지 가장 상세한 정보를 제공한다"며 "이를 통해 오르도비스기 해양 생태계에서 삼엽충의 역할과 이들의 먹이 소화 방식 등을 엿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출처 : Nature, Petr Kraft et al., 'Uniquely preserved gut contents illuminate trilobite palaeophysiology',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3-06567-7
scitec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