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렘린궁 인근서 '반전 시위' 러 언론인에 8년6개월 징역형

입력 2023-10-05 09:59   수정 2023-10-05 16:09

크렘린궁 인근서 '반전 시위' 러 언론인에 8년6개월 징역형
국영TV 생방송 중 반전 기습 시위도…해외 도피로 궐석재판



(서울=연합뉴스) 유철종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반대하는 저항 시위를 잇달아 벌였던 전 러시아 국영 TV 편집자가 궐석재판에서 장기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모스크바 바스만니 구역 법원은 4일(현지시간) 궐석재판에서 국영 TV 방송 '제1채널' 편집자로 일하다 해고된 마리나 옵샨니코바(44)에게 징역 8년6개월 형을 선고했다.
법원은 옵샨니코바가 러시아군에 관한 명백한 거짓 정보를 유포한 혐의가 인정된다면서 이같이 판결했다.
법원은 또 그녀에게 인터넷을 포함한 온라인 정보 사이트 운영 활동도 4년간 금지했다.
옵샨니코바는 지난해 7월 크렘린궁 건너편의 모스크바강 둑에서 '푸틴(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살인자. 그의 군대는 파시스트'라는 문구와 우크라이나전에서 숨진 군인들의 사진이 담긴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벌인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검찰은 이날 재판에서 문제의 플래카드에 명백한 허위 정보가 담겼고, 옵샨니코바가 사회적 긴장을 조장하고 국가 이익에 손해를 끼치려 했다면서 9년6개월의 징역형을 구형했다.
이날 재판은 옵샨니코바가 해외로 도피해 있어 궐석재판 형식으로 열렸다.
옵샨니코바는 지난해 7월 플래카드 시위 이후 전자팔찌를 차고 가택 연금 상태에서 조사받다가 국경없는기자회(RSF)의 도움을 받아 해외로 도주했다.
프랑스 파리에 본부가 있는 RSF는 올해 2월 옵샨니코바의 탈출을 지원했다고 공개하면서, 그녀가 프랑스로 피신해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출신의 옵샨니코바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지난해 3월 제1채널의 뉴스 생방송 도중 스튜디오에 뛰어 들어가 기습적인 반전 시위를 벌여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옵샨니코바는 뉴스 진행자 뒤에서 "전쟁을 중단하라. (정부) 선전전을 믿지 말라. 여기에선 당신들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적힌 종이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그는 이 사건으로 방송사에서 해고되고 집회·시위법 위반 혐의로 3만루블(약 52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으나, 이후로도 반전시위를 멈추지 않았다.
러시아는 지난해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자국군에 대한 비판을 금지하는 법률을 채택한 바 있다.

cjyou@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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