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급등 등에 연휴 이후 국내 주식·채권·원화 '트리플 약세' 우려
정부·한은 "필요 시 관계기관 공조해 신속 대응"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채새롬 기자 = '9월 금융 위기설'을 무사히 넘긴 한국 금융시장이 10월 들어서도 여전히 불확실성에 휩싸여있다.
미국의 긴축 장기화 전망에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까지 겹치면서 외부 변수에 따라 국내 주가와 환율이 출렁거리는 등 변동성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금융당국은 관계부처 합동 일별 모니터링을 통해 불안 요인에 대해서는 선제적 대응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 10월 들어 미국발 충격에 전쟁까지…시장 변동성 확대될 듯
'9월 위기설'을 무사히 넘긴 국내 금융시장은 이달 들어 국내 요인보다는 해외발 충격에 휘청거리면서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앞서 추석 연휴 기간 미국발 긴축 공포로 미국 국채 금리와 달러 가치가 급등하면서 지난 4일 국내 금융시장은 '검은 수요일'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만큼 요동쳤다.
이날 코스피는 2.41%, 코스닥지수는 4% 급락했고, 원/달러 환율은 14.2원 오르며 연고점을 경신했다.
국고채 10년물 금리 역시 4.35%까지 오르면서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다음날인 5일 임원회의를 주재하면서 "추석 연휴 이후 긴축 장기화 우려 등에 따른 미국 국채금리 상승과 고유가 지속 등 대외 불안 요인이 일시에 국내 금융시장에 반영됐다"고 진단했다.
주식, 채권, 원화 가치의 동반 급락은 이튿날인 5일부터 6일까지 대부분 진정됐으나, 한글날 연휴 이후인 10일에는 국내 금융시장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 등으로 인한 충격이 가해질 우려가 있다.
9일 금융시장에서는 국제유가가 4% 급등했고 금 가격도 1% 가까이 상승했다. 안전자산인 달러화도 강세를 나타냈다. 이스라엘 증시의 벤치마크인 TA-35지수는 8일 6.47% 급락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분쟁으로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됐다"며 "이란이 이번 사태에 지원한 것으로 나타난다면 국제유가 급등이 불가피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기조가 확대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주식시장과 채권시장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미국의 고용 및 물가 지표 발표와 이에 따른 국채 금리 변화에 따라 코스피는 2,400대에서 박스권을 보이고 원/달러 환율은 1,400원까지도 오를 수 있다고 전망한다.
금리가 급등하고 크레디트 스프레드(회사채·국고채 간 금리차)가 확대되면서 회사채 발행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 당국 "변동성 확대…필요한 경우 관계기관 공조로 신속 대응"
기획재정부·한국은행·금융당국은 이날 이스라엘-하마스 사태와 관련해 관계기관 합동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열고 높은 경계심을 갖고 국내외 금융·외환시장 상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기로 했다.
정부와 관련 기관은 아직 국제 금융시장의 움직임은 제한적이지만, 향후 사태 전개 등과 관련 불확실성이 매우 높아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우려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필요할 경우 상황별 대응계획에 따라 관계기관 공조하에 신속히 대응할 방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오늘 회의에서 지금까지의 시장 역량을 점검했고, 앞으로 경각심을 갖고 계속 대응해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등 관계기관은 매일 오전 국내외 금융시장 상황을 점검하고 필요시 신속한 대응에 나서기로 한 바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지난 5일 관계부서에 "국내외 금융시장이 안정화될 때까지 조금의 이상징후에 대해서도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특별한 경계감을 갖고 업무에 임해달라"고 주문했다.
◇ 당국 선제적 진화에 '9월 위기설'은 무사히 넘겨
앞서 '9월 금융 위기설'은 자영업자·소상공인 코로나19 대출 상환유예 지원 종료, 부동산 PF대출 부실 가능성 등이 맞물리면서 제기됐다.
코로나19 확산 당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지원했던 만기 연장·상환유예 조치가 9월에 끝나면서 자영업자의 빚 폭탄이 터진다는 시나리오였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지속적으로 금융시장 불안 요인이 돼 왔던 부동산 PF 시장도 위기설이 제기된 근거 중 하나였다.
여기에 중국경제 둔화 및 부동산 위기가 한국 수출을 비롯한 하반기 경기에 영향을 주면서 그동안의 '상저하고' 전망이 어긋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금융당국은 위기설이 확산되지 않도록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최상목 경제수석은 지난달 초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9월 위기설'은 없다며 가능성을 일축했다.
최 수석은 "큰 틀에서 볼 때 위기라고 볼 상황은 절대로 아니다. '9월 위기설'은 없다"면서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출은 정상적으로 상환되고 있고, 부동산 PF 대출 역시 시스템 위기가 아닌 만큼 당국이 관리가능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하반기 경기와 관련해 10월 정도부터 수출 마이너스에 종지부를 찍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pdhis959@yna.co.kr, srch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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