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충돌이 유혈 분쟁으로 확대되며 중동정세 불안이 커지고 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무장정파 하마스의 7일 새벽(현지시간)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이번 분쟁은, 이스라엘이 '전쟁'으로 규정하며 강력한 보복에 나서는 양상으로 확대되고 있다. 벌써 한국시간 8일 오전 현재 양측 사망자만 500여명 수준으로 급증했다는 외신이 전해진다. 2년여만의 양측 간 최대 무력 충돌로 치닫고 있는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하마스는 수천발의 로켓포를 기습적으로 쏘고 육해공으로 수백명의 무장 대원을 이례적으로 이스라엘까지 침투시켜 군인은 물론 민간인까지 인질로 잡았다. 표면적으로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탄압 중단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하마스의 극단적 움직임이 설명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신들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는 중동평화 무드에 제동을 걸려는 의도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고 한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한 강력한 봉쇄정책을 펴면서 하마스가 갈수록 코너에 몰리자 극단적 대결을 선택했다는 해석도 있다. 양측 간의 오래된 불신과 역사적 이유를 떠나, 무차별적인 로켓포 공격으로 큰 민간인 인명피해를 발생시키면서 이번 유혈충돌을 일으킨 하마스의 움직임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불안한 중동정세에 다시 큰 암운이 드리워졌다. 현재로선 유혈 충돌이 어디까지 확대될지 점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스라엘은 '길고 어려운 전쟁 진입'을 선언했고, 하마스도 인질로 잡은 이스라엘 민간인 등을 가자지구 전역에 분산수용하며 물러설 조짐이 없다. 일각에선 하마스를 지원해 온 이란과 이스라엘 간의 전쟁으로 이번 분쟁이 번질 가능성을 우려하는 분위기도 있다. 이란이 이스라엘과 아랍국들의 중동 데탕트를 무산시킬 목적으로 이번 공격을 배후 조종했을 것이라는 의혹 때문이다. 이번 충돌이 중동 전체의 불안으로 더 확산하는 일은 막아야 한다. 국제사회도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우크라이나전이 지속하는 가운데 중동정세마저 불안해지는 것이 우리와 전혀 무관한 일은 아니다. 중동 불안이 확산한다면 동북아 지역 외교·안보정세는 물론 유가 등 경제적 측면에 미칠 수 있는 파장도 있다. 정부도 선제적으로 필요한 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현지 체류중인 재외국민 보호도 강화해야 한다. 유대교 안식일 새벽에 사실상 무방비 상태에서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의 충격이 크다고 한다. 모사드 등 정보기관의 '정보실패', 거액을 들여 설치한 스마트 국경시스템이나 로켓 방어시스템인 '아이언 돔' 등의 정상가동 여부도 논란이 되고 있다. 우리에게 던지는 시사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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