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매체 "인권단체들, 중국에 '침묵의 힘' 발휘할 것 촉구"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10일(현지시간) 치러지는 유엔 인권이사회(UNHRC) 이사국 선거를 앞두고 중국에 타격을 입히려는 백지투표 촉구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9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인권단체 등 중국 비판가들은 유엔 회원국들에 인권이사회 이사국 선거에 나선 중국을 대상으로 '침묵의 힘'을 발휘하고 백지투표를 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아시아 지역 이사국 3개국 선출에 중국 등 3개국이 출마해 중국이 떨어질 가능성은 사실상 없지만 비평가들은 중국에 대한 반대의 의견을 표출해야 한다며 유엔 회원국들에 백지투표를 촉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유엔 인권이사회 47개 이사국 중 하나인 중국은 10일 재선에 도전한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유엔 193개 회원국의 투표로 선출하며 이사국 임기는 3년이다.
이사국 선거는 지역별 대표를 뽑는 방식으로 치러지고, 이사국은 3년 임기를 한 차례 연임할 수 있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루이 샤보노는 SCMP에 "(아시아 이사국 중) 한자리를 공석으로 두고 추후에 적절한 후보를 물색하는 게 더 낫다"고 말했다.
그는 "현실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가능한 일이다"며 "(유엔 선거는) 기본적으로 (사전에) 조작된 선거이지만 알 수 없는 일이다. 이전에도 깜짝 결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016년 러시아가 시리아를 지원해 인권이사회 선거에서 예상치 못한 패배를 했고, 중국이 신승한 2020년 선거는 만약 다른 후보가 나왔다면 다른 결과를 낳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권단체들은 중국이 신장위구르와 티베트, 홍콩에서 인권 탄압을 저지르고 있다고 비판하며 중국의 인권이사회 이사국 선출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SCMP는 "인권단체들은 과거에도 '투표 거부 전략'을 펼쳐왔지만 올해에는 해당 캠페인이 더욱 강력해졌다고 말한다"며 "유엔에서 결과를 도출하는 기구가 몇 안 되는 탓에 인권이사회 자리를 두고 경쟁이 치열하다"고 전했다.
민주주의 진영과 권위주의 진영의 대결 양상 속에 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5대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행사가 최근 몇년간 유엔의 각종 결의와 행동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인권이사회는 다수결만으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이에 안보리는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제재하지 못했지만, 인권이사회는 같은 해 4월 유엔 총회 투표를 통해 러시아를 퇴출시키고 공식 조사를 시작했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테드 피콘 연구원은 SCMP에 "중국에 찬성이나 반대표를 던지고 싶지 않다면 기권하라"며 "중국이 (유엔 총회의 과반인) 97표를 얻기 어렵게 만들어라. 그들이 해내지 못하면 다시 투표를 해야 하고 이는 상징적으로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유엔 인권이사회 선거에는 퇴출당했던 러시아도 나선다.
러시아는 이번 선거에서 중앙유럽·동유럽 지역에 배정된 이사국 자리 2석을 놓고 알바니아, 불가리아와 경쟁한다.
SCMP는 "일주일 전만 해도 러시아가 아프리카 국가들을 상대로 한 로비를 통해 선거에서 이길 것이라 여겨졌지만 알바니아가 선거 활동을 강화하면서 막판에 승기를 잡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고 전했다.
이어 "인권이사회 선거는 민주진영과 권위주의 국가 간 또다른 결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엔 인권이사회가 위치한 제네바의 시민단체 유니버설라이츠그룹의 마크 리몬 이사는 "이기려면 그 안에 들어가야 한다"며 "그것은 중국이 인권이사회에 들어가려는 이유이자 러시아가 복귀하려는 이유이다"라고 설명했다.
유니버설라이츠그룹은 이번주 보고서에서 중국이 갈수록 유엔 인권이사회의 의제에 영향력을 행사하며 신장, 티베트, 홍콩에 대한 자국의 정책과 관련한 인권이사회의 조사를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리몬 이사는 또한 중국이 최근 들어 서방에서 교육받은 노련한 외교관들을 인권이사회에 보내고 있으며, 우왕좌왕하며 전략이 부재한 미국에 비해 더 일을 잘 하고 있다고 짚었다.
미국은 2018년 6월 도널드 트럼프 전임 행정부 시절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탈퇴했다가 3년반 만인 2022년 1월 복귀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인권이사회를 가리켜 "위선적이고 자기 잇속만 차리는 조직"이라고 맹비난하며 탈퇴해버렸다.
미국이 자리를 비운 사이 중국이 국제무대에서 영향력을 끌어올렸다고 비판가들은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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