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악한 공격에 대응 의무" 거론했지만 민간인 공격엔 선 그어
(워싱턴=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행한 연설을 통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에 대한 이스라엘의 반격권을 인정하되, 민간인에 대한 공격을 금지한 전시 국제법을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세계의 모든 나라처럼 이스라엘은 대응할 권리가 있으며, 사실 이런 사악한 공격에 대응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통화한 사실을 소개하며 "나는 만약 미국이 이스라엘이 겪고 있는 것과 같은 일을 겪는다면 우리의 대응은 신속하고, 단호하고, 압도적일 것이라고 말했다"고 부연했다.
1천 명 이상의 이스라엘 민간인을 살상한 하마스에 반격할 이스라엘의 군사적 대응 권리를 사실상 지지한 발언이었다. 특히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지상전 개시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의미가 작지 않아 보였다.
그와 동시에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자신과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과 미국 같은 민주주의 국가들이 법의 지배에 따라 행동할 때 얼마나 더 강하고 안전한지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테러리스트들은 고의적으로 민간인들을 겨냥하고 살해하지만, 우리는 전시 법률을 옹호한다"며 "그것이 중요하며, 그것이 차이"라고 강조했다.
전시 국제법은 전쟁중 민간인이나 포로 등에 대한 공격을 금지하고 있음을 상기한 것이었다. 즉,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막대한 민간인 인명 피해를 봤지만 그 보복 차원에서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공격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에둘러 전한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처럼 전시 국제법을 강조한 것은 이스라엘의 군사적 대응 조치로 팔레스타인 다수 민간인이 목숨을 잃을 경우 아랍권 전체에서 반이스라엘, 반미 여론이 높아질 수 있음을 의식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슬람권의 대미 여론 악화는 내년 11월 대선에 나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외교정책에서 중요한 지위를 차지하는 '중동 안정화' 구상에 타격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많다. 또한 팔레스타인의 민간인 희생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 이란 등의 개입을 촉발함으로써 국제전으로 비화하는 상황도 미국으로선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일 것으로 보인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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