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외무장관, 이라크 이어 레바논 방문…'저항의 축' 응징 으름장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과 관련해 '이란 배후설'이 제기된 가운데 이란 외무장관이 12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폭격을 계속한다면 이번 전쟁에서 "새로운 전선"이 열릴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AP,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호세인 아미르압둘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저녁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 도착해 취재진에게 "공격, 전쟁 범죄, 가자 포위가 계속되는 국면에서는 또 다른 전선 형성이 진짜로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미르압둘라히안 장관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물과 전기를 끊고, 팔레스타인 주민을 쫓아내는 것이 전쟁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자리에는 레바논 당국자 이외에도 하마스와 팔레스타인이슬라믹지하드(PIJ) 대표단이 나와 아미르압둘라히안 장관을 환영했다.
이번 발언은 지난 7일 하마스의 공격을 받고 반격에 나선 이스라엘이 엿새째 가자지구를 둘러싸고 공습을 퍼붓는 와중에 나온 것이다.
서방 일각에서는 하마스의 이번 기습에서 이란이 모종의 역할을 한 것 아니냐며 배후설을 제기하고 있다.
이란은 배후설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이란은 이슬람 시아파 종주국으로, 중동 지역에서 시아파 세력을 뜻하는 이른바 '시아파 벨트'를 주도하고 있다. 레바논 남부에 근거를 둔 헤즈볼라도 이란의 지원을 받는 시아파 무장 정파다.
아미르압둘라히안 장관은 이날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과 가자에 전쟁 범죄를 계속 저지르면 나머지 '축'의 대응을 받게 될 것"이라며 시아파 세력의 밀착을 과시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축'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이는 이란 주도로 부상한 중동 세력인 '저항의 축'(Axis of Resistance)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 통신은 풀이했다.
AP 통신은 아미르압둘라히안 장관이 말한 '새 전선'과 관련해 헤즈볼라를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이후 헤즈볼라가 근거지를 둔 레바논 남부에서 이스라엘 북부 지역을 겨냥한 로켓포 공격이 이어져 확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아미르압둘라히안 장관은 레바논 방문에 앞서 이날 오전 이라크를 방문해 모하메드 시아 알-수다니 이라크 총리와 회담했다.
아미르압둘라히안 장관은 이 자리에서도 이스라엘이 가자의 민간인 공격을 멈추지 않는다면 "새로운 상황"에 직면할 것이며, "그들이 가자를 봉쇄하고 민간인에게 폭탄을 터트리고 전쟁 범죄를 저지르고는 응징이 없을 것이라고 기대하면 안된다"고 경고했다고 이란 외무부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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