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공습 계속하면 인질 처형" vs 이스라엘 "인질 놓고 협상 없다"
"납치범들, 인질 데리고 땅굴에 은신"…이스라엘 "하마스 확보 인질 155명"
(서울=연합뉴스) 박진형 기자 =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지상군 공격이 임박하면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에 의해 가자지구로 납치된 각국 인질들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50명 이상으로 알려진 이들의 정확한 숫자와 신원, 소재, 안전 여부 등 기본적인 사실조차 확인되지 않는 가운데 하마스 측의 '인질 처형' 협박과 이스라엘의 '협상 불가' 입장이 충돌하면서 자국민이 인질로 붙잡혀 있는 세계 각국 정부들과 가족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세계 각국 지도자들과 정보기관들은 카타르와 터키, 이집트를 통해 자국민 인질 존재 여부 등을 확인하느라 허둥지둥 애를 먹고 있다.
하마스가 지난 7일 공격에서 이들 인질을 납치한 지 8일이 지난 가운데 미국과 몇몇 동맹국들은 카타르에 하마스 내 채널을 통해 30여개국 인질 150여명의 이름과 상태 등을 확인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튀크키예도 중남미 국가들로부터, 이집트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비롯한 유럽 각국 지도자들로부터 각각 비슷한 요청을 받았다.
카타르·튀르키예·이집트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다년간 관계를 지속해와 그나마 접촉 채널이 있는 국가다.
하지만 이 중 어느 나라도 인질의 이름과 상태 등을 완전히 확인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이스라엘군은 하마스가 붙잡은 인질 155명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관계 당국이 155명 인질의 가족들에게 연락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다만 매일 인질 추정 인원수가 바뀌고 있으며, 그들의 국적도 불확실한 상태다. 몇몇은 납치된 것으로 알려졌다가 사망자 가운데서 확인되는 경우도 있다고 WSJ은 전했다.
하마스 측은 "인질 수십 명"이 "안전한 장소와 터널에" 숨겨져 있다면서 인질 22명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를 확인할 방법은 없는 상황이다.
이스라엘 외무부가 밝힌 인질 임시 명단에 따르면 최소한 31개국 국민이 실종 상태이며, 불가리아처럼 이 명단에는 없지만 자국민 최소한 1명이 납치됐다고 강하게 추정하는 국가도 있다.
다른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이슬라믹 지하드'도 30명의 인질을 데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스라엘군은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등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주요 정보기관들과 미국 등의 중동 동맹국들이 인질 납치범들과 접촉하려 애써왔지만, 이들 다수는 휴대전화가 터지지 않는 가자지구 땅굴에 숨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이집트 당국자는 "그들(납치범)이 휴대전화를 버려서 연락이 불가능하다"며 "하마스 측과 접촉이 닿는 모든 국가가 (연락을) 시도해봤다"고 말했다.
하마스는 인질들을 가자지구 안의 미로 같은 터널과 벙커 등지로 이동시킬 수 있어 인질 소재 확인이 극히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미국의 경우 미국인 인질이 13명에 달해 1990∼1991년 걸프전 당시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미국인 등 외국인 수백 명을 '인간방패'로 붙잡은 이후 가장 많은 미국인이 인질로 붙잡힌 사례가 됐다.
이에 미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주 미국인 인질의 안전이 최고 우선순위라고 발표하고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인질 확보 전문가팀을 이스라엘 정부에 파견했다.
하지만 인질 문제를 놓고 이스라엘과 하마스 측이 강경하게 대치하고 있어 인질 석방 협상 전망은 매우 어두워 보인다.
하마스 측은 인질들을 이스라엘·미국에 수감된 하마스 전사들과 맞교환하자고 제안하면서 협상의 선행 조건으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폭격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 당국은 파괴 대상인 하마스와 인질 문제를 놓고 협상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집트 등 각국도 인질들이 석방될 시간을 주기 위해 가자지구 폭격을 유보해달라고 이스라엘 정부에 요청하고 있으나, 한 미국 관리는 "문제는 이스라엘은 인질이 붙잡혀 있는 동안 폭격을 멈출 생각이 없다는 것"이라고 WSJ에 말했다.
이에 하마스 측은 이스라엘이 공습을 멈추지 않으면 인질 처형을 시작할 수밖에 없다고 위협하고 있다.
앞서 지난 9일 아부 우바이다 하마스 대변인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의 민간인 주택을 사전 경고 없이 공격할 때마다 이스라엘 민간인 인질 1명을 살해하겠다고 협박했다.
그는 "우리는 그(인질 살해) 광경을 방송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잔학 행위를 예고했다.
2011년 이스라엘 병사와 팔레스타인 수감자 맞교환 협상을 돕기도 한 평화운동가 거션 배스킨은 앞으로 하마스가 협상의 일환으로 여성과 노약자, 환자 등을 석방할 가능성이 있지만, 나머지 인질들은 지상전 과정에서 탈출하거나 구출되거나 숨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스킨은 "전쟁 후에 (인질) 일부는 되찾아지거나 구출되거나 발견되지 않고 아마도 건물 잔해 밑에서 영원히 실종 상태로 분류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j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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