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장중 7.8%까지 급락…"장기실적 악화 불가피"
(서울=연합뉴스) 주종국 기자 = 미국 정부가 대중국 반도체 수출 추가 통제방침을 밝힌 이후 엔비디아를 비롯한 반도체 종목 주가가 급락했다. 조치가 발표된 17일(이하 현지시간) 반도체 업종 시가총액은 한국 돈으로 하루 100조원 가까이 사라졌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이날 대중국 반도체 수출통제 조치를 추가로 발표했다. 이전 조치 때보다 낮은 사양의 인공지능(AI) 칩도 대중국 수출을 금지하고 중국은 물론 미국의 무기 수출이 금지된 21개국 등에 대한 반도체 및 반도체 장비 수출도 통제된다.
조치가 발표된 후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AI반도체 업체 엔비디아는 장중 7.8%까지 하락해 지난해 12월 이후 장중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엔비디아는 결국 뉴욕증시에서 4.7% 떨어져 주당 439.38달러에 마감했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 500 지수 구성 종목 가운데 가장 크게 떨어졌고, 올해 8월9일 이후 종가 기준으로 가장 큰 낙폭이다.
AMD는 1% 미만, 인텔은 1% 하락했다.
반도체 종목 30개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PHLX)는 이날 약 730억 달러(약 98조8천억원)의 시장 가치가 날아갔다.
반도체기업 브로드컴에 매각 예정인 VM웨어 주가도 6% 하락했으며 브로드컴 역시 2% 가까이 떨어졌다.
반도체 업종은 올해 가장 주가가 많이 오른 분야로 꼽힌다. 엔비디아의 경우 AI 붐을 타고 올해 들어 200% 이상 뛰며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미 상무부의 이번 조치는 자국 기업 엔비디아의 A800 및 H800 제품을 겨냥한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10월 발표한 수출통제 잠정 규정에서는 반도체의 자체 성능 및 다른 반도체와의 통신 능력을 기준으로 수출 통제 대상을 설정했고 이에 따라 엔비디아의 첨단 제품인 A100의 중국 수출이 불가능하게 되자 엔비디아는 중국용으로 사양을 일부 낮춘 A800과 H800을 만들었다.
하지만 상무부의 이번 조치로 이들 제품마저 중국 수출이 막히게 되면서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시장에서는 보고 있다.
미 정부 관리는 최고급 칩은 인공 지능 모델을 구동하는 데 가장 적합하지만 약간 열등한 제품도 AI 및 슈퍼컴퓨터에 사용될 수 있으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엔비디아 대변인은 제품 제작에서 모든 관련 규정을 준수하고 있다면서 "우리 제품에 대한 전 세계적인 수요를 감안할 때 단기적으로 의미가 있는 재정적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BI)의 쿤잔 소비니 애널리스트는 "이번 규제는 예상됐던 것으로 단기적으로는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실적 악화를 가져올 것"이라면서 "최근 중국의 대량 주문이 급증한 것은 이런 미국 정부의 조치를 예상하고 800 시리즈 칩을 비축하려 했던 것"이라고 해석했다.
sat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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