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연구진 "해당 콘텐츠 피하는 효과 없고 어떤 이에겐 오히려 해로울 수 있어"
(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트라우마 상기 위험을 미리 경고하는 '트리거 워닝'(trigger warning)은 효과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트리거 워닝은 드라마나 어떤 콘텐츠 내용이 심리적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들에게 정신적 충격을 줄 수 있음을 미리 알리기 위해 삽입하는 경고문이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라고 불리는 트라우마는 전쟁, 자동차 사고, 폭행, 강간, 테러, 지진, 홍수 등 생명을 위협하는 충격적인 상황을 겪은 뒤 나타나는 극심한 불안장애로 환자는 충격적인 사건을 끊임없이 떠올리고 악몽에 시달리며 항상 초긴장 상태를 보인다.
호주 플린더스(Flinders) 대학 빅토리아 브리지랜드 심리학 교수 연구팀은 트라우마가 있는 사람들에게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는 콘텐츠가 담겨있음을 사전 경고하면 콘텐츠를 피하거나 최소한 마음의 대비를 할 수 있다고 하지만 그러한 효과는 없으며 어떤 사람에게는 오히려 해로울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헬스데이 뉴스가 18일 보도했다.
2018년부터(대부분 2020년 이후) 진행된 5건의 관련 연구 자료를 종합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전체적으로 트리거 워닝은 미리 불안을 느끼는 '예기 불안'(anticipatory anxiety)을 유발해 불안 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전반적으로 트리거 워닝을 미리 읽은 사람은 읽지 않은 사람보다 오히려 불안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트리거 워닝이 트라우마 유발 위험이 있는 콘텐츠에 대한 감정적 반응을 무디게 한다는 증거는 찾아볼 수 없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더군다나 트리거 워닝을 보고 해당 콘텐츠를 회피할 수 있다는 예상도 빗나갔다.
트리거 워닝을 본 사람이 보지 않은 사람보다 오히려 해당 콘텐츠를 피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트리거 워닝은 인터넷 초창기, 웹사이트, 블로그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요즘엔 대학 강의실과 일반 생활에까지 확산되고 있고 용어도 '콘텐츠 경고' 또는 '콘텐츠 주의' 같은 일반 용어로 바뀌고 있다.
미국 매켄트리 대학 의대의 가이 보이센 심리학 교수는 트리거 워닝은 개인적인 트라우마가 있는 사람에게 트라우마의 상기를 피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의도에서 나온 것이지만 효과에 대한 과학적인 확인이 없는 상태에서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자들이 트리거 워닝의 효과를 엄격하게 들여다보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감정 조절 기술을 이용해 정신적으로 대비할 수는 있지만 그 방법을 구체적으로 가르쳐 주어야 한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 임상 심리학회 학술지 '임상 심리학' 최신호에 발표됐다.
s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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