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채금리 급등도 악재…주식·채권·원화 동반 하락
중동사태 확전 여부 변수…코스피 2,400 지지 전망도
(서울=연합뉴스) 이웅 임은진 송은경 이민영 기자 = 대규모 인명 피해를 낸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병원 참사로 인해 중동발 위기가 고조되면서 19일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렸다.
미국 국채 금리도 급등해 진정되는 듯했던 고금리에 민감해진 투자심리를 냉각시키는 역할을 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다시 동결했으나 내부 분위기는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태도가 강화된 것으로 해석되면서 시장에 부담을 줬다.
여의도 증권가를 비롯한 금융시장 주변에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충돌의 확전 가능성과 미국 금리정책 방향을 제시할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입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 주식·채권·원화 동반 하락
이날 주식시장에선 업종과 종목을 불문하고 내림세를 탔다.
코스피는 전날보다 46.80포인트(1.90%) 내린 2,415.80으로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는 24.85포인트(3.07%) 떨어진 784.04로 낙폭이 두드러졌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천300억원, 2천500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대다수 업종이 하락했으며 유가증권시장 전체 종목(931개)의 87%가 내림세를 보였다.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선 장기물 국고채 금리가 일제히 연고점을 찍었다.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7.5bp(1bp=0.01%포인트) 오른 연 연 4.362%로 연고점을 경신했다.
20년물도 7.7bp 오른 연 4.305%로 연중 최고 수준으로 올랐으며, 30년물과 50년물 역시 각각 7.5bp, 7.0bp 상승한 연 4.279%, 연 4.233%로 연고점을 기록했다.
외환시장에선 외국인들의 국내 증시 매도세가 원/달러 환율을 밀어 올렸다.
원/달러는 전날보다 7.8원 상승한 1,357.4원에 마감했다.
◇ 중동발 긴장 고조…미 국채 금리 악재로 인식
폭격으로 수백명이 숨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병원 참사로 수그러드는 듯했던 중동 지역의 긴장이 다시 높아진 것이 이날 금융시장의 주요 악재로 꼽혔다.
이란은 이슬람 국가들에 이스라엘에 대한 석유 수출 금지를 촉구하고 나섰으며, 미국은 이스라엘을 공격한 하마스 관련 인사·단체들과 하마스의 배후로 지목되는 이란의 드론과 탄도미사일에 대한 제재를 단행했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리스크 회피 심리가 고조되면서 전 업종이 하락했다"며 "중동 사태의 불확실성이 높아졌고 확산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바닥을 다지기 위해 지정학적 노이즈가 우선적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으나 지속된다면 시장 변동성이 높아질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상황에 따라서는 국제유가 급등으로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과 실물경제에 대한 파급 영향이 확대될 우려가 있다"며 "각별한 경계심을 갖고 경제정책을 추진하겠다"라고 언급했다.
최근 국내 증시 변동성을 키우는 악재로 부각된 미국 국채 금리가 다시 급등세로 돌아선 것도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다는 분석이다.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연 4.904%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7월 이후 16년 만에 4.9%대에 올라섰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006800] 연구원은 "중동 분쟁이 악화하고 미국 10년 국채금리가 다시 5%를 위협하면서 코스피, 코스닥 모두 급락했다"며 "금통위의 금리 동결에도 향후 인상 가능성이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고 말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도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6명 중 5명이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했다"며 긴축 지속 가능성을 시사했다.
◇ 중동 사태 확전 여부 변수…코스피 2400 지지 전망도
그러나 금융시장에선 중동 사태가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충돌 이상으로 확전될 것으로 예단하기 이르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상황이 좋지는 않으나 코스피가 2,400 초반까지 내려온 상황에서 지수의 추가 하락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본다"며 "중동 사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의 문제에 국한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증시의 상승은 물가 안정이 확인되고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까지 지나고 난 내년 2분기쯤 시작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미국 금리정책의 방향이 보다 구체화되면 시장도 안정을 찾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에 따라 19일 뉴욕경제클럽 행사에서 참석하는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에 관심이 쏠린다.
김석환 연구원은 "1년 넘게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 둔화)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시장 참여자들은 금리인하 시기와 관련한 그의 발언에 주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경민 대신증권[003540] 연구원은 "국내 변수라기보다 미국 금리 레벨업, 중국 증시 불안 등 대외적 변수에 의해 국내 증시가 흔들리고 있기에 채권 금리가 안정돼야 제대로 된 반등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코스피 2,400대 초반에서 더 무너지는 그림이라기보다 등락 있더라도 바닥을 잡을 것으로 본다"며 "펀더멘털 능력이 있는 반도체를 비롯해 자동차, 기계 등 실적이 안정적이면서 외국인 수급이 들어오는 업종이 시장의 중심을 잡아줄 것"으로 예상했다.
abullapi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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