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 휴전 놓고 서방 엇갈리는 셈법…"하마스에 이득" 선긋는 美

입력 2023-10-24 11:31   수정 2023-10-24 16:56

[이·팔 전쟁] 휴전 놓고 서방 엇갈리는 셈법…"하마스에 이득" 선긋는 美
바이든 先석방 後휴전 논의, 유럽 내부도 온도차…중·러, '즉각적 휴전' 촉구
뒤늦게 '중동행' 마크롱, 휴전안 제안할 듯…돌파구 될까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무력 분쟁이 2주를 넘어선 가운데 양측에서 희생자가 속출하며 군사행위 중단을 촉구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의 전면적 지상전 개시가 임박했다는 관측 속에 갈수록 생존 여건이 악화하는 가자지구 주민들에 대한 시급한 인도적 지원 필요성에는 큰 이견이 없지만, 휴전을 놓고는 유엔과 미국, 유럽연합(EU) 등 서방의 입장은 각자의 셈법에 따라 미묘하게 엇갈리고 있다.
AFP,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유엔은 가자지구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23일(이하 현지시간)에도 '인도주의적(군사행위) 일시중지'를 거듭 촉구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에 영향력이 큰 미국은 인도주의적 휴전에 부정적인 입장을 재차 내비쳤다. EU의 경우에도 이 문제에 있어 회원국 별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서방이 이처럼 의견 통일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반면 서방과 긴장관계에 있는 중국과 러시아는 양측의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4일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를 방문해 휴전안을 제시할 것으로 관측돼 귀추가 주목된다.


◇ 유엔 휴전 강조하지만…美 부정적
폴커 튀르크 유엔인권최고대표는 23일 성명을 내고 양측의 즉각적인 휴전을 재차 요구했다.
튀르크 대표는 "신속하고 효율적인 인도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것을 통한 민간인의 목숨을 구해야 한다"며 "그 첫 걸음은 '즉각적인 인도적 휴전'(an immediate humanitarian ceasefire)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미국은 유엔의 이런 입장에 계속 선을 그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추가적인 인질 석방을 위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임시 휴전 가능성과 관련, '선(先) 석방 후(後) 휴전 논의' 입장을 내비쳤다.
바이든 대통령은 23일 백악관에서 자신의 경제정책인 이른바 '바이드노믹스' 성과 연설 직후 취재진으로부터 임시 휴전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인질들이 풀려나야 한다"며 "그리고 나서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도 이날 "지금은 휴전할 때가 아니다"라며 휴전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커비 조정관은 "이스라엘에게는 스스로를 방어할 권리가 있다. 그들은 하마스 지도부의 뒤를 쫓기 위해 할 일이 아직 있다"고 설명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휴전에 부정적인 입장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이스라엘의 공습에 따른 가자지구 민간인 피해에 대해 하마스가 학교와 병원, 아파트 등 민간 건물에 자리 잡으며 민간인을 '인간 방패'로 이용하는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며 가자지구 주민에게 구호 물품을 전달하기 위한 휴전은 재정비의 시간을 벌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하마스에 도움이 된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인도주의적 일시중지는 지난 18일에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논의되긴 했으나 미국 등의 거부권 행사로 채택이 무산된 바 있다.


◇ EU도 '온도차'…중·러, 즉각 휴전 촉구
EU 역시 이 문제를 둘러싸고 통일된 입장 도출에 실패했다.
EU 27개국 외교장관들은 23일 룩셈부르크에서 열린 회의에서 이 문제에 대해 논의했으나 입장 조율에 실패했다고 AFP, dpa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를 둘러싼 이해관계가 저마다 다르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스페인, 네덜란드 등은 인도주의적 휴전을 지지하는 데 비해 독일, 오스트리아 등은 상대적으로 이스라엘 자위권에 방점을 두고 있다고 dpa 통신은 짚었다.
서방이 휴전을 둘러싸고 엇박자를 내고 있는 반면, 서방과 긴장 관계에 있는 중국과 러시아는 국제 질서를 근본적으로 뒤흔들 잠재력이 있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무력 충돌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했다.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은 23일 팔레스타인, 이스라엘 외무장관과 잇달아 전화 통화를 갖고 분쟁 해결을 위한 '두 국가 방안'(兩國方案)을 거듭 강조했다.
24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 부장은 전날 리야드 알말리키 팔레스타인 외무장관과 통화에서 "중국은 민간인을 해치고 국제법을 위반하는 모든 행위를 강력히 규탄하고 가자지구 민중의 생존권 보장을 위해 즉각 휴전할 것을 호소한다"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확실한 책임을 져야 하고 국제사회는 긴급히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3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해 이 지역에서 민간인 피해가 증가하는 상황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조기 휴전과 가자지구에 갇힌 외국인 대피, 가자지구에 대한 제약 없는 인도주의적 지원 보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크렘린궁은 밝혔다.



◇ '한 박자 늦은' 마크롱 중동행, 돌파구 열까
이런 가운데 24일로 예정된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이스라엘행'이 휴전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에도 국제사회의 관심이 모아진다. 로이터는 가자지구를 상대로 한 이스라엘의 지상군 공격이 임박했음에도 불구하고 마크롱 대통령이 이번 방문에서 휴전안을 제시하면서 인도주의적 휴전을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그가 이스라엘에 연대를 표명하는 것을 넘어서 긴장 고조 방지, 인질 석방, 이스라엘의 안보 보장, '두 국가 해법' 달성을 위한 노력 등에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제안을 내놓으려 한다고 귀띔했다.
관계자들은 그러나 이 제안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으면서 이스라엘이 테러와의 전쟁에서 고립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번 이스라엘 방문 기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이츠하크 헤르초그 대통령, 이스라엘 제2야당 국가통합당의 수장인 베니 간츠 전 국방부 장관 등을 만난다.
또한 이스라엘에 이어 아랍 국가 1곳 이상을 방문할 가능성이 있으며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만날 가능성이 크다고 프랑스 당국자들은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이번 이스라엘 방문은 다른 주요 국가보다 한박자 늦은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에 앞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바이든 미국 대통령, 리시 수낵 영국 총리,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차례로 이스라엘을 방문해 연대와 지지를 표명한 바 있다.
ykhyun1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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