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참변에 국제사회 휴전론 확산…'이스라엘 편' 미국은 선긋기 고수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상대로 한 이스라엘의 전쟁에 대한 굳건한 지지를 거듭 밝히면서도 가자지구로 구호품을 반입시키기 위한 군사 행위의 일시 중지(pause)를 촉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미국은 다수 중동 국가는 물론 유엔도 요구하고 있는 즉각적인 인도주의적 휴전(ceasefire)에는 분명히 선을 긋고 있다.
24일(현지시간) AFP,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서 구호품을 가자지구로 반입시키기 위한 '인도주의적 (군사행위) 일시 중지'(humanitarian pause)를 촉구하는 내용을 담은 자국 주도의 새 결의안을 지지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미국의 기존 입장과는 미묘한 차이가 있는 것이다.
미국은 지난 18일 안보리 의장국인 브라질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접근을 위해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교전 중단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은 결의안 초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미국은 지난 21일에는 이스라엘에 자위권이 있으며 무장단체와 테러조직를 상대로 한 이란의 무기수출 중단을 촉구하는 내용의 결의안 초안을 안보리에 제출했지만, 여기에는 어떠한 군사 행위 중지나 휴전도 언급되지 않았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도 지난 23일 브리핑에서 '인도주의적 일시 중지'에 대해 "어떤 휴전이든 하마스에 휴식하고 재정비하고 이스라엘에 테러 공격을 계속할 준비를 할 능력을 제공할 것"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지상전이 임박한 가운데 계속되는 공습으로 가자지구 내 민간인 피해가 커지면서 인도적 지원 등을 위해 즉각 휴전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압박도 거세지자 이같이 초안을 수정했다고 로이터는 분석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24일 현재까지 가자지구에 반입된 구호물품은 바다에 떨어진 물 한 방울 정도에 불과하다며 즉각적인 인도주의적 휴전을 호소했다.
미국의 결의안 수정안에는 가자지구에 구호품이 반입될 수 있도록 "인도적 일시 중지와 같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촉구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다만 미국은 이는 휴전과는 다르다는 점을 다시 한번 분명히 했다. 일시 중지는 보통 휴전보다는 덜 공식적이고, 기간이 짧은 것으로 여겨진다.
이스라엘도 24일 유엔 사무총장의 휴전 요구를 거부한 채 이번 전쟁이 하마스를 상대로 한 이스라엘의 전쟁일 뿐만 아니라 "자유 진영의 전쟁"이라고 주장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번 결의안에 대해 "우리는 민간인 보호를 위한 모든 조치와 작전의 일시 중지를 일시적으로 할 수 있는 도구이자 전략으로 생각하고 싶다"면서도 "그것은 휴전과는 다르다"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이런 입장을 두고 AFP 통신은 바이든 행정부가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와 가자지구 지상전 및 민간인 피해에 대한 우려, 국제사회의 커지는 휴전 압박 속에 균형을 잡으려 하며 줄타기를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러시아는 24일 미국의 이같은 움직임을 지지할 수 없다면서 아랍권이 지지하는 대로 휴전 촉구 결의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이란도 '즉각 휴전'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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