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이스라엘 지상공격 지연시키고 양보 얻어내는 가장 효과적 카드"
"하마스로서도 다수 인질 계속 억류하는 것은 부담"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 인질들을 더 많이 석방할 용의가 있음에도 협상 카드용으로 두 명씩만 풀어주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지상공격을 지연시키고 인도주의 지원과 관련해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는 데에 한 번에 소수 인원만 석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카드"라는 분석이다.
인질 협상 회담 상황을 잘 아는 당국자들과 전문가들에 따르면 하마스는 지난 7일 기습 공격으로 납치한 인질의 일부를 풀어주기를 원하고 있다.
가자지구 봉쇄와 이스라엘과의 교전이 길어지면서 자원이 빠르게 고갈되고 있어 다수 인질을 계속 붙잡아 두는 것이 부담이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끌고 간 인질을 220여명으로 추산했다. 하마스 고위 간부는 외신 인터뷰에서 이번 공격으로 이 정도로 많은 인질을 잡을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스라엘의 교섭자로 2011년 이스라엘 군인 1명과 팔레스타인 죄수 1천여명의 맞교환 협상에 관여한 게르손 바스킨은 "하마스의 정치·군사 지도부는 민간인 인질을 가능한 한 빨리 없애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진입 시 하마스의 주목표는 맞서 싸우는 것인데 이를 위한 실행계획에서 인질의 존재는 부담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하마스는 지상전까지 시간을 끌면서 인도주의 지원이나 국제사회 여론 측면 등에서 상황을 유리하게 몰아가고자 인질을 조금씩만 석방하고 있다고 WSJ은 짚었다.
인질 협상을 이어 나가는 동안 이스라엘이 예고한 지상공격을 수 주일 더 지연시킴으로써 하마스는 방어 태세를 더 잘 갖출 수 있다. 이는 단기적으로 하마스의 생존을 보장한다.
시간을 끌면서 이스라엘에 동정적이던 국제사회 여론을 돌리려는 의도도 보인다. 이스라엘이 하마스가 통제하는 가자지구를 전면 봉쇄하고 공습을 계속하면서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가 커지자 이스라엘을 향한 국제사회의 지지는 초기보다 약해졌다.
미국의 팔레스타인 관련 싱크탱크 알샤바카의 타리크 케니 샤와 연구원은 인질을 찔끔찔끔 풀어주는 것을 두고 "가식이고, 협상을 계속 살아있게 하려는 것"이라며 "이는 하마스에 시간을 벌어주며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깎아 먹는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군 예비역 장성으로 정책연구기관인 국가안보연구소의 상무이사인 타미르 헤이만도 하마스의 이러한 전략이 "(인질) 가족과 이스라엘 사회의 고통을 연장하고 군사작전에서 또 한번의 성과를 얻기 위해 한 방울씩 물을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inishmor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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