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자치정부 수반, 아랍연맹 긴급 정상회의 소집 요구
이슬람권 "전쟁범죄" 비난에 네타냐후 "위선, 우리 군대 가장 도덕적"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재앙을 우려한 국제사회의 일시 휴전 요청에도 사실상 지상전으로 여겨지는 '두 번째 전쟁 단계' 진입을 선언했다.
국제사회가 지상전으로 가자지구 주민들의 고통이 커지고 중동 지역으로 확전될 수 있다고 경고해 왔으나 이스라엘은 자국을 침공한 하마스를 궤멸한다는 당초 목표를 앞세운 것이다.
28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과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가자지구의 인도주의 위기와 관련해 이스라엘군을 전쟁범죄로 비난하는 것은 '위선'이라며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도덕적인 군대"라고 주장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아랍 세계의 우리 파트너들은 이스라엘이 승리하지 못하면 그들이 다음(표적)이 될 것임을 이해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중동 각지에서 이란 지원을 받아 이른바 '이란 대리세력'으로 불리는 무장단체들이 각국 정부를 위협하는 상황을 언급한 것이다.
그러나 국제사회에서는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에 반대하고 일시 휴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 주요국들 사이에서는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과 휴전을 압박해야 한다는 입장간 치열한 외교전이 벌어진 끝에 '인도주의적 일시중지'를 요청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유엔 회원국들은 27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긴급 총회에서 하마스와 이스라엘에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가결했다.
요르단이 주도한 결의안에는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주의적 접근을 위해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고, 찬성 120표·반대 14표·기권 45표로 통과됐다.
아랍·이슬람권에서 이스라엘의 지상전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더 직접적이고 거세다.
AP·블룸버그 통신, 미 CNN 방송 등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의 마무드 아바스 수반은 이날 요르단강 서안의 라말라에서 한 연설에서 "이스라엘이 어제 유엔 결의에 추가 폭격과 파괴로 응답했다"고 규탄했다.
아바스 수반은 아랍연맹에 긴급 정상회담 소집을 요구했으며 국제사회와 아랍 정상들이 '침략'을 끝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자치지구에서 하마스에 실권을 빼앗기고 나서 통치권이 요르단강 서안으로 제한돼 있다.
아랍에미리트(UAE) 외교부는 "이스라엘의 군사적 고조와 인도주의 위기 악화"에 깊이 우려한다면서 "민간인들이 표적이 되지 않도록"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 외교부도 성명에서 "어떤 지상 공격도 규탄하고 비판한다"며 "최근 가자지구에서 군사적 고조가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이들을 더한 위험과 비인간적 환경에 노출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만 외교부도 이날 낸 성명에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와 폭격이 전쟁범죄 수준에 이르렀다고 비판하면서 가자지구 지상 침공은 "지역과 전 세계, 평화와 안정을 향한 전망에 심각한 재앙적 후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집트 외교부는 이스라엘이 유엔 총회의 결의를 존중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스라엘이 전면적인 지상전에 나설 "심각한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이날 이스탄불에서 열린 대규모 친팔레스타인 집회에 참석해 이스라엘이 "전쟁 범죄를 저질렀다"고 비난했다. 이에 이스라엘은 튀르키예 주재 자국 외교관들을 본국으로 소환하는 강수를 두며 충돌하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자국을 침공한 하마스를 궤멸하기 위해 일시 휴전은 불가하며 지상전도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거듭 천명해 왔다.
앞서 유엔 총회의 결의 전후로도 이스라엘은 "현 시점에 인도주의적 중지든 휴전이든 반대한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했고, 이스라엘의 고위 당국자도 국제사회의 휴전 요구는 "형편없는 신념"에 따른 것이라고 비판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휴전이나 지상전 보류는 하마스가 재무장하고 공격에 대비할 시간만 벌어줄 뿐이라는 게 이스라엘의 시각이다.
결국 네타냐후 총리는 이번 전쟁이 이스라엘에 "두 번째 독립전쟁"이라고 천명하고, 가자지구의 지상 작전을 확대하고 있다고 선언했다.
전면전이나 침공을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상공에 전투기를 띄워 폭격하고 탱크와 보병, 공병부대까지 가자지구 내에 투입돼 전투를 이어가면서 사실상 지상전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관측된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최근 국제사회에서 인도주의적 휴전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전례가 없을 정도의 폭격이 발생하고, 피해가 커져 놀랐다"고 말했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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