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이스라엘과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길어지면서 한계상황에 처한 가자지구 주민들의 무질서로 구호품 배분센터 4곳의 운영이 중단됐다고 로이터 통신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 가자지구 담당 국장인 톰 화이트는 "질서가 무너지면서 구호품 배급 센터 4곳과 구호품 창고 한곳의 운영이 중단됐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은 매일 수백명의 주민들이 창고에 무단으로 들어와 밀가루를 훔치려 한다"며 "지금 사람들은 생존 모드다. 충분한 밀가루와 물을 얻으려 안간힘을 쓴다"고 설명했다.
앞서, 가자 주민 수천 명은 지난 29일 중부 데이르 알-발라흐에 있는 유엔의 창고에 물려가 구호품을 마구잡이로 가져갔다.
이 창고는 UNRWA가 전 세계에서 이집트를 통해 보내온 구호품을 보관하는 곳이다.
UNRWA는 이미 질서가 무너진 데이르 알-발라흐 창고를 대신해 남부 라파 검문소 인근의 물류기지를 이용하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고 한다.
화이트 국장은 "라파 국경에는 약 8천여명의 주민 쉼터가 있다. 그곳에서도 밀가루를 구하려는 사람들이 창고로 몰려들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상대로 기습 공격을 감행한 지난 7일 이후 라파 국경이 닫히고 구호품 반입이 중단되면서 가자지구 주민의 상황은 악화 일로를 걸었다.
특히 구호품 반입이 사실상 끊긴 상태에서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가자지구 내 사상자가 급증하면서 병원의 상황은 최악이다.
여기에 이스라엘군의 지상전까지 본격화하면서 유엔은 가자지구 북부지역 병원에 대한 구호품 전달은 사실상 불가능해진 상황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중동지역 응급 대응 담당 국장인 릭 브렌넌은 "가자 북부의 알 시파, 알 쿠드스 병원의 위험은 감내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이는 재앙 중에서도 최고의 재앙"이라고 말했다.
그는 "보건 분야의 수요는 급증하는데, 우리의 대응 능력은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며 "대규모 인도적 활동을 위해선 정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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