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밀착' 모로코, 바레인 등서 관계 정상화 번복 목소리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 이스라엘과 관계를 정상화했거나 정상화를 검토하던 중동 지역 국가들에서 반이스라엘 여론이 들끓고 있다.
이들 국가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 이후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단절하라는 대중의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AP 통신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규모 공격을 가해 인명피해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도에 따르면 모로코 주민 수만명은 최근 수도 라바트와 다른 여러 도시에서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거리 시위를 벌였다.
거의 시위를 허용하지 않은 바레인에서도 비슷한 시위가 있었다. 지난달 수백명이 수도 마나마에 있는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깃발을 흔들며 행진했다.
이 같은 시위는 최근 몇 년 사이에 이스라엘과 군사적, 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중동 지역 국가들에 '불편한 딜레마'가 되고 있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이집트의 여러 도시와 대학에서는 "이스라엘에 죽음을'"이라고 외치는 시위가 때때로 벌어졌다. 이집트는 1979년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을 체결한 첫 아랍권 국가다.
지난주 튀니지 의회에서는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를 불법화하는 법안 초안이 마련됐다.
모로코와 바레인의 활동가들은 여론을 들어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정상화하는 합의를 번복하라고 정부에 요구한다.
이에 앞서 이스라엘과 일부 아랍 국가는 2020년 미국 중재로 '아브라함 협약'을 맺고 관계를 정상화했다. 바레인과 모로코, 아랍에미리트(UAE), 수단 등이 이 협약을 통해 이스라엘과 무역 협정 및 군사 협력의 길을 닦았다.
이들 아랍 국가의 독재자들은 이 협약에 대해 평화와 번영을 촉진할 수 있는 '새로운 중동'을 향한 첫걸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모로코는 이 협약을 대가로 미국과 이스라엘로부터 분쟁 지역인 서사하라에 대한 자치권을 인정받는 외교적 성과를 거뒀다.
수단은 미국이 지정한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빠졌는데, 이는 당시 군사정권에 생명줄과 같았다.
이처럼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로 득을 봤지만, 아랍권의 반이스라엘 여론이 향후 관계 설정에 변수로 떠올랐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보복 공습 이후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 논의를 중단했다.
미국외교위원회의 스티븐 쿡 중동·아프리카 담당 선임연구원은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의) 관계 정상화 역동성이 적어도 한동안 둔화하거나 멈출 것 같다"고 AP 통신에 말했다.
모로코 모하메드5세대학의 자카리아 아부다합 국제관계학 교수는 반이스라엘 시위가 모르코 정부로 하여금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 합의를 뒤집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겠지만 시위 허용은 대중의 분노를 가라앉히는 '안전판'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 초기 아랍권 지도자들은 폭력을 비난하고 평화를 촉구했지만, 전쟁이 격화함에 따라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더 크게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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