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서 하레디 군 면제 두고 수년간 형평성 논란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이스라엘에서 병역을 면제받는 유대교 초정통파 신자 '하레디'들이 자원입대하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공격하고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한 보복 공격을 이어가는 가운데 군대 복무 경험이 전혀 없는 하레디 남성 2천명 정도가 이스라엘군에 자원입대했다.
이들 지원자는 일반적인 이스라엘군 징집 연령을 넘겼으나 하마스와의 전쟁이 전례없는 범위에서 벌어지자 군이 이들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유대교 초정통파 신자들인 하레디는 세속주의를 배격하는 근본주의 단체를 말한다. 전통적인 유대교 율법을 엄격히 따르는 이들은 이스라엘 전체 인구의 12% 정도로 추산된다.
하레디 남성은 유대교 율법을 공부한다는 이유로 1948년 이후로 병역을 면제받아왔다.
그러나 하레디 인구가 계속 늘면서 이들의 군 면제는 그간 형평성 논란을 빚었다.
1948년 당시에는 군 복무 면제 수혜자가 400명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그 수가 늘어 병역을 면제받는 사람이 수만 명이나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의 하레디 남성이 병역을 면제받는 것을 선택하고 있지만 하레디가 아닌 18세 이상 이스라엘 청년들은 최소 32개월을 복무해야 한다.
하레디 랍비들은 종교 연구와 기도가 군 복무만큼이나 중요하다고 맞서왔다.
2017년 9월 이스라엘 대법원이 하레디에게 병역을 면제하는 법률이 위헌이라며 폐기하라고 판결했으나 유대교 정당 등의 거센 반발로 이스라엘 정부는 이들에게 병역 의무를 부과하지 못했다.
이번에 자원입대하는 하레디 남성들은 수주 또는 수개월간 주로 운전병이나 취사병 등 비전투원으로 복무하겠지만 이는 분명 상징적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스라엘 민주주의 연구소(IDI)의 길라드 말라흐 박사는 군사적 부담을 간단히라도 나누려는 의지는 "긍정적인 발전"이라며 "이번 전쟁 기간 사회 내 일반인들에게 약간의 희망을 준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그 자원자들에게 이스라엘이라는 국가에 소속돼 있다고 느끼게 한다"고 덧붙였다.
말라흐 박사는 하레디 남성들의 이번 자원입대가 이들의 군 면제를 둘러싼 논란에서 전환점이 되고 이스라엘 정치에서 종교와 세속 사회 사이의 힘의 균형을 바꿀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이번에 입대를 자원했다는 38세 하레디 남성 모셰는 어떤 방법으로든 돕고 싶다며 입대 전에는 하마스에 의해 살해된 사람들의 시신을 수습한 응급구조단체 자카(ZAKA)에서 일했다고 전했다.
그는 자신이 군대에서 어떤 일을 하게 될지는 상관없다며 "시키는 대로 무엇이든 하겠다"고 말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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