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경기 침체 온다면 금리 인하 여지 더 많아져"
(서울=연합뉴스) 이봉석 기자 =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전망이 투자자들을 불안케 하고 있지만 오히려 미 경제에 많은 혜택을 줄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이하 현지시간) 진단했다.
대표적으로 경기 침체가 올 경우 금리를 내릴 공간이 커져 다른 비상 수단을 써야 할 필요성을 줄인다는 것이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후 예상대로 5.25~5.50%인 현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금리 인상 가능성은 열어뒀다.
인플레이션이 빨라지면 돈줄을 더 죌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하지만, 시장은 연준이 금리를 다시 인상하는 것을 꺼린다고 보고 있다.
금리 결정 회의 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 시장이 보는 12월 통화정책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확률은 80%에 달한다.
연준 관리들이 경제를 억제하기 위해 그들이 해야 할 일 중 일부를 미 장기 국채 수익률 상승이 대신하고 있다고 믿고 있고, 지난 1년간 둔화한 인플레이션에 고무됐기 때문이다.
다만, 금리 인하는 아직 연준의 가시권에 있지 않다.
미 고용시장은 여전히 뜨겁고 미 상무부는 지난주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예상치를 뛰어넘는 연율 4.9%라고 발표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FOMC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연준은 금리 인하를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지난 9월 FOMC 점도표상 내년 말 기준금리 중간값 전망치는 지금보다 0.25%포인트 낮은 것으로 제시됐고 현시점에서 이런 전망은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돌발변수가 없는 한 현재와 비슷한 수준의 고금리가 최소 1년간은 계속된다는 뜻이다.
파월 의장은 현재 정책 기조가 제한적이라고 말했는데, 여기에는 지금 수준이 금리를 내릴 필요가 있을 정도로 경제를 냉각시킬 것이라는 견해가 깔려있다.
주목되는 것은 미국 경제가 내년 현 수준에 육박하는 고금리를 견딜 수 있다는 믿음을 연준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파월 의장은 더 많은 사람의 구직활동 참여 및 이민 회복에 따른 노동력 증가와 가계가 보유한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때 저축을 경제에 힘을 실어주는 요인으로 지목했다.
그는 또 경기 하강 징후도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연준이 금리 인하를 보류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에 도달했을 때 중립금리(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 압력이 없이 잠재성장률 수준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이론적 금리수준)가 올라간 것처럼 보일 가능성이 커진다.
높은 중립금리는 많은 혜택을 불러온다고 WSJ은 분석했다.
우선 경기 침체가 닥쳤을 때 연준은 금리를 인하할 여지를 더 많이 갖게 되고, 제로(0) 금리까지 끌어내리거나 채권 매입 같은 다른 비상조치에 의존해야 할 가능성을 줄인다.
또한 높은 중립금리는 생산성 향상과 경제가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능력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잘못될 수 있는 것도 많은데, 인플레이션이 다시 악화해 연준이 경기 하강이 불가피한 수준까지 금리를 인상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 대표적인 사례다.
모기지(주택담보대출)와 다른 장기 금리의 상승을 포함한 고금리의 지연된 효과는 미국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설 수 있다.
anfou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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