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에 집중하고 에너지 낭비해선 안돼"…내년 3월 대선 연기될 듯
(서울=연합뉴스) 유철종 기자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지금은 선거를 실시할 때가 아니라며 내년 대선 문제를 여론화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텔레그램 채널에 올린 동영상 연설을 통해 "우리 모두는 많은 도전이 있는 전시 상황인 지금 경솔하게 선거 문제를 여론화하는 것이 아주 무책임하다는 것을 안다"면서 "나는 지금은 선거가 시의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전쟁을 치르고 있는 비상 상황에서 내년 3월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를 치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를 분명히 밝힌 것이다.
그는 "정치적으로 사회를 분열시키는 파도가 중단돼야 한다"면서 "모두 국방 문제에 집중해야 하고, 국가기관들이 다른 어떤 일에 에너지나 힘을 낭비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2019년 3월 31일 선거에서 임기 5년의 대통령에 당선돼 같은 해 5월 20일 취임했다.
우크라이나 헌법상 대통령 선거일은 임기 5년 차 3월의 마지막 일요일이다. 헌법대로라면 내년 3월 31일 대통령 선거가 치러져야 한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침공 이후 계엄령을 발령한 상태로, 이에 따라 각급 선거가 유예돼 있다.
선거를 치르려면 총선의 경우 최소한 일시적으로 계엄령을 풀어야 하고, 대선은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미국 등 서방은 그동안 젤렌스키 대통령의 통치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면서 예정대로 대선을 치르라고 압박해 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6월 영국 BBC 방송 인터뷰에서 전쟁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대선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표했으나, 이후 선거 실시를 요구하는 서방의 압박이 높아지자 조건부 찬성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다만 그는 서방이 전비와 별도로 50억 달러(약 6조5천억원)의 선거비용을 지원하고, 전선에 있는 군인들과 해외로 피란한 우크라이나인들이 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보장돼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대선 실시 여부를 두고 최근들어 우크라이나에서 논란이 가열된 가운데 젤렌스키 대통령이 내년 봄 대선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알렉세이 곤차렌코 우크라이나 의원은 앞서 이날 자체 소식통을 인용해 "대통령이 내년 봄에 선거를 치르기로 결정했고 행정부에 3월 31일로 예정된 대선을 준비하도록 지시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의 이날 동영상 연설은 전시 대선 불가와 선거 연기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불필요한 논란에 종지부를 찍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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