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환율관찰대상국' 꼬리표 뗀 韓…수출 늘면 또 지정될수도

입력 2023-11-08 10:09  

美 '환율관찰대상국' 꼬리표 뗀 韓…수출 늘면 또 지정될수도
경상수지 흑자 줄면서 요건 미충족…정부 "외환정책·환율시장 투명성 인정받은 것"


(세종=연합뉴스) 민경락 민선희 박원희 기자 = 한국이 처음으로 미국의 환율관찰대상국 명단에서 빠지면서 외환 정책의 투명성을 대외적으로 인정받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 외환정책의 대외 신뢰도가 높아지면서 외환시장 운영 측면에서 정부 운신의 폭도 커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환율관찰대상국에서 빠진 이유가 수출 불황에 따른 경상수지 흑자 감소라는 점에서 지정 제외는 단기간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수출 회복세가 지속돼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이전 수준을 회복하면 대미 흑자가 큰 폭으로 줄지 않는 한 다시 관찰대상국 조건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 2016년 미국 '환율관찰대상국' 지정 이후 처음 제외
8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한국이 미국의 환율관찰대상국에서 제외된 것은 2016년 2월 미국 교역촉진법이 발효된 뒤로 처음이다.
미국 교역촉진법이 명시한 3가지 기준 중 2가지에 해당하면 관찰대상국이 되고, 3가지 모두 충족하면 심층분석 대상이 된다.
현재 기준은 ▲ 대미무역(상품+서비스) 흑자가 150억달러 이상 ▲ 경상흑자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이상 ▲ 달러 순매수 규모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2% 이상이며 12개월 중 8개월 이상 개입한 경우 등이다.
한국은 지난 7년여간 3가지 조건 중 2가지를 충족해 13차례 연속 관찰대상국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 재무장관은 매년 반기별로 환율관찰대상국 명단이 포함된 환율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하는데 이때 관찰대상국에서 제외되려면 2회 연속 1개 기준 이하만 충족해야 한다.
한국은 올해 2회 연속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GDP 대비 0.5%를 기록하고 외환시장 개입 정도도 낮은 것으로 분석되면서 관찰대상국에서 제외됐다.
다만 환율관찰대상국에서 제외돼도 한국이 직접적으로 얻는 이익이나 혜택은 없다는 것이 정부 측의 설명이다. 환율관찰대상국은 말 그대로 '모니터링' 대상일 뿐 제재 대상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지표상으로 제외 요건을 충족하더라도 통화 외환 정책이 불투명하고 환율 조작 우려 등이 있었다면 제외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우리 외환 정책이 전반적으로 투명하고 환율이 시장에서 결정되고 있다는 점을 평가받았다는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 경상수지 흑자 줄어 관찰대상국서 제외…'수출 불황'의 외부 효과?
지금까지 한국은 외환 개입을 제외하고 경상수지 흑자 등 나머지 조건이 미국이 내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탓에 환율 관찰대상국 명단에서 빠지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는 수출 불황이 계속되면서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크게 줄었고 이는 환율관찰대상국에서 빠지는 결정적 요인이 됐다. 올해 1∼9월 누적 경상수지 흑자는 165억8천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257억5천만달러)의 약 65% 수준에 불과하다.
수출·수입 등 대외 무역의 균형을 강조하는 미국 교역촉진법의 취지와는 다소 상황이 다른 셈이다.
2019년 상반기에도 대미 흑자 규모가 줄면서 1개 기준만 충족한 적이 있지만 당시 원인은 수출 감소가 아닌 화학제품·유류 등 대미 수입액의 증가였다.
최근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회복세가 계속되면 머지않아 한국이 다시 환율 관찰대상국에 포함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지정 제외가 '수출 불황'이라는 악재에 따른 일시적 '이벤트'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을 의식한 듯 정부도 긍정적인 평가나 전망을 애써 자제하는 분위기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따라서 외환시장 운용 방식과 통계 투명성에 대해서 좀 인정받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roc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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