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3월 불안 당시 연준보다 FHLB로 달려가…연준 대출요건 미달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지난 3월 미국의 지역은행 불안 당시 연방주택대출은행(FHLB)이 시중 은행들의 최종대부자 역할을 한 것과 관련, 미 당국이 설립 취지와 달리 운영되고 있는 FHLB 시스템에 대해 점검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감독 당국인 연방주택금융청(FHFA)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FHLB가 주택 금융이라는 본연의 역할에 집중하도록 할 방침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FHLB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는 한편, 경영난에 처한 은행들이 FHLB 대신 연방준비은행(FRB) 대출 창구를 찾도록 지도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FHLB는 1932년 대공황 당시 모기지 확대를 위해 설립됐지만, 이후 주택 금융 부문은 축소되고 은행과 신용조합에 대한 지원 역할이 강화되어 왔다.
당국은 1년여 전 FHLB 시스템에 대한 검토를 시작했지만, 지난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을 시작으로 불거진 지역은행 불안 이후 이에 대한 대응 성격이 더해졌다.
3월 당시 SVB를 비롯해 시그니처은행, 퍼스트리퍼블릭은행 등 경영난에 처한 은행들은 연방준비은행에 앞서 FHLB로 달려갔다.
일부 은행은 FHLB 대출에 너무 의존하다 보니 연방준비은행 대출 창구에서 돈을 빌리기 위한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FHLB가 3월 은행권 불안 당시 일주일간 대출해준 자금이 기록적인 6천760억 달러(약 882조원)에 이르기도 했는데, 은행들의 FHLB 이용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게 당국 판단이다.
당국은 은행들이 FHLB 대출을 이용하려면 자산의 10%가량을 주거용 모기지(주택담보대출)로 보유하도록 하는 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또 경영난에 빠진 은행에 대출하는 경우에 적용할 새로운 안전장치도 모색하고 스트레스 테스트(손실 가능 금액 측정)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보고서에 따르면 당국은 현재 11곳인 FHLB 가운데 일부를 통합할 계획이다.
시중은행 수준인 임원 급여도 지나치게 높다고 판단, 의회를 거쳐 이를 조정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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