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안보서기 "미국의 파괴적 정책으로 세계 안보 악화"
크렘린궁 "서방과 대화할 준비…일방적 강의식은 안 돼"
(모스크바=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유럽재래식무기감축조약(CFE)에서 탈퇴한 러시아가 국제 군축 협정 중단의 책임이 미국에 있으며, 그에 따라 핵무기 사용 위험도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는 8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독립국가연합(CIS) 안보 수장 회의에서 미국의 파괴적인 정책들 때문에 핵·화학·생물학 무기 사용 위험이 커졌다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인 그는 "미국의 파괴적 정책들은 자연스럽게 세계 안보 악화라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핵·화학·생물학 무기가 사용될 위험이 커졌고, 국제 무기 통제 체제가 약해졌다"고 평가했다.
전날 러시아는 냉전 시대 체결된 군축 조약인 CFE에서 공식 탈퇴한다고 발표했고,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러시아의 탈퇴로 CFE가 공식 중단됐다고 선언했다.
CFE는 냉전 말기인 1990년 나토와 당시 소련 주도의 바르샤바조약기구가 각자 재래식 무기 보유 목록과 수량을 제한하도록 체결한 군축 조약이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이 "러시아가 탈퇴한 조약에서 빠져나오지 않는다면 그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등 미국은 CFE 중단이 러시아 때문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미국이 러시아에 책임을 돌리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파트루셰프 서기의 '핵무기 사용 위험 증가' 발언에 대한 논평을 요청받자 "우리는 모든 것이 명백하게 기술된 교리를 갖고 있으며, 변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러시아에 대한 서방 집단의 공격적인 성격은 비밀이 아니다"라면서도 러시아는 군축 문제에 대해 서방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그 문제에 관한 대화의 전제 조건은 없다. 대화는 분명 필요하지만, 한쪽이 다른 쪽에 강의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면 안 된다"며 "그러나 우리는 대화가 매우 필요하다고 믿고 있으며 그것을 시작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아나톨리 안토노프 주미 러시아 대사는 러시아의 CFE 탈퇴 결정에 대한 미국의 비판은 국제 안보 구조 해체에 대한 서방의 책임을 러시아에 전가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러시아는 모두의 이익을 충족하는 집단 안보 원칙을 수립하기 위한 대화에 열려 있었지만, 미국은 실질적 대화를 할 계획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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