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공격 사전경고 않았다고 비난하기도"
(서울=연합뉴스) 박진형 기자 = 이란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에 참전하지 않겠다고 하마스 측에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1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가 최근 하마스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를 직접 만나 이같이 말했다고 보도했다.
하메네이는 또한 하마스가 지난달 7일 이스라엘 기습 공격에 앞서 사전에 이란에 경고하지 않은 점을 비난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대화 내용을 아는 익명의 이란과 하마스 관리 3명에 따르면, 하메네이는 하니예에게 이란이 하마스를 정치적·정신적으로 계속 지원하겠지만 직접 개입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하메네이는 하마스 내에서 이란과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전면적 참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나오지 않도록 하니예를 압박했다고 한 하마스 관리가 로이터 통신에 말했다.
앞서 하니예는 이달 초 비밀리에 테헤란을 방문, 하메네이를 만났다고 하마스 정치국 소속의 오사마 함단이 이란 국영 IRNA통신에 전했다.
이와 관련해 이란은 이스라엘이나 미국이 이란을 직접 공격하지 않는 한, 이번 전쟁에 직접 개입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이란 사정에 밝은 익명의 관리 6명이 텔레그래프에 말했다.
대신 이란은 헤즈볼라 등을 통해 중동 내 이스라엘·미국 표적을 로켓과 무인기(드론)로 계속 공격할 계획이다.
이 전략은 하마스에 대한 연대감을 보여주고 이스라엘과의 직접 대결에 휘말리지 않으면서 이스라엘군 전력을 분산시키기 위한 계산된 노력이라고 텔레그래프는 설명했다.
헤즈볼라도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에 깜짝 놀랐으며, 공격 당시 헤즈볼라 무장대원들은 경계 상태도 아니었다고 하마스와 가까운 소식통 3명이 말했다.
헤즈볼라의 한 지휘관은 "자다가 깨보니 전쟁이 벌어져 있었다"고 밝혔다.
헤즈볼라는 이번 전쟁 발발 이후 레바논-이스라엘 국경에서 이스라엘과 포격 등을 주고받아 왔으며, 이 과정에서 헤즈볼라 소속 무장대원이 70명 이상 사망했다.
하지만 이란처럼 헤즈볼라도 이스라엘과 전면전은 피하면서 무력 충돌을 주로 좁은 국경 지역으로 제한하는 방식으로 공격 수위를 조절해왔다.
하마스는 헤즈볼라에 대량의 로켓으로 이스라엘을 더 깊숙이 공격해줄 것을 바라고 있으나, 헤즈볼라는 그럴 경우 가자지구 공격도 못 막으면서 이스라엘의 보복으로 레바논까지 폐허가 되리라고 믿는 것으로 한 소식통이 전했다.
이처럼 '우군'들이 전쟁에 직접 가담하지 않자 하마스 지도자들이 좌절하는 조짐을 보인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하마스 전 수장인 칼레드 메샤알은 지난달 16일 TV 인터뷰에서 헤즈볼라에게 감사한다면서도 "전투는 (헤즈볼라에) 그 이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전쟁은 이란이 중동에서 약 40년간 구축한 헤즈볼라, 하마스, 시리아 정부, 이라크와 예멘의 무장단체 등 친이란 세력들의 연대, 이른바 '저항의 축'이 동시에 여러 전선에서 활동에 나선 첫 사례로 꼽힌다.
또한 저항의 축 구성원이 서로 다른 우선순위와 자국 내 도전에 직면한 지역적 동맹의 한계를 시험하고 있다고 텔레그래프는 지적했다.
레바논 소재 싱크탱크 카네기 중동센터의 전문가 모하나드 하게 알리는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인해 '저항의 축' 참가 세력들이 훨씬 전력이 강한 적에 맞설 것인지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고 평가했다.
j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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