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사면 이행해야" vs 정부 "미주인권재판소 실형집행 결의 따라야"
일본계 후지모리, 재임 중 살인 등 인권 범죄로 2009년에 25년형 받아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페루 헌법재판소가 인권 범죄 등으로 수감 중인 알베르토 후지모리(85) 전 대통령에 대해 사면해야 한다는 결정을 재차 내렸다.
29일(현지시간) 페루 안디나통신과 일간지 엘코메르시오 등에 따르면 페루 헌재는 후지모리 전 대통령 변호인 측에서 제기한 사면요청 절차 미이행 등과 관련한 일종의 헌법소원 심판 청구에 대해 "2022년 3월 내린 결정 준수를 따를 것"을 명령했다.
'2022년 3월 내린 결정'은 후지모리 전 대통령에 대한 인신보호 청원(habeas corpus) 인용과 관련돼 있다.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1990∼2000년 재임 중 페루에서 자행된 학살·납치 등과 관련해 지난 2009년 징역 25년 형을 받았다.
그러나 2017년 12월 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85) 당시 대통령은 건강 악화를 이유로 후지모리 전 대통령을 사면했다.
이는 탄핵 위기에 몰렸던 쿠친스키 전 대통령의 자진 사임으로 이어지는 '탄핵 반대표 매수 파문'을 낳기도 했다.
쿠친스키 전 대통령이 후지모리의 딸 게이코 후지모리(48)의 보수 야당과 거래해 사면과 탄핵 반대표를 맞바꿨다는 게 그 내용이다.
페루 법원은 이후 2018년 10월 후지모리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취소했지만, 헌재는 다시 2022년 3월 사면 결정을 되살리라고 결정했다. 이번 헌재 명령은 그 결정을 준수하라는 것이다.
페루 정부는 이에 대해 "후지모리 전 대통령을 석방해선 안 된다"는 2022년 4월 미주기구(OAS) 산하 미주인권재판소 결정을 따라야 한다는 입장이다.
에두아르도 아라나 페루 법무부 장관은 이날 "법무부가 아직 이 결정을 분석하지 않았다"면서도 "현재 기준으로 미주인권재판소 결의안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고 엘코메르시오는 보도했다.
일본계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수학 교수와 토크쇼 진행자 등으로 인지도를 넓힌 뒤 1990년 대선에서 깜짝 돌풍을 일으키며 노벨문학상 작가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87)를 꺾고 당선됐다.
취임 후 여러 개혁 조치를 추진해 페루 경제를 안정시켰고, 무난히 재선에도 성공했다.
그러나 무리한 3선 연임 도전 과정에서 부정 시비를 불러왔고, 부패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일본으로 도주해 불명예스럽게 임기를 마쳤다. 이후 각종 혐의에 대한 유죄 판결로 수감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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