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리아, 러 외무 영공 통과 거부…러 "터무니없어"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장관회의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연설에 나서자 서방 장관들이 보이콧의 의미로 집단 퇴장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30일(현지시간) 북마케도니아 수도 스코페에서 개막한 OSCE 장관회의에서 라브로프 장관의 연설이 시작되자 몇몇 대표들이 회의장을 떠났다.
라브로프 장관은 "OSCE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유럽연합(EU)의 부속물로 전락했다"며 "현재 OSCE는 벼랑 끝에 서 있으며 서방이 이 기구를 되살릴 기회를 없애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15분간 연설한 뒤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북마케도니아는 나토 회원국으로, 라브로프 장관은 지난해 2월 자국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처음으로 나토 국가를 방문했다.
순환 의장국인 북마케도니아가 라브로프 장관을 초대한 사실이 알려지자 전쟁 당사자인 우크라이나를 비롯해 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 등 발트 3국도 이에 반발하며 일제히 불참을 선언했다.
이번 OSCE 장관회의에 참석한 각국 대표단도 라브로프 장관의 참석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AFP 통신은 OSCE 장관회의가 러시아 논란으로 뒤덮였다고 지적했다.
앞서 불가리아는 OSCE 장관회의에 참석하려는 라브로프 장관이 탄 비행기의 영공 통과를 거부했다.
크렘린궁은 라브로프 장관이 북마케도니아 수도 스코페로 향하다가 불가리아 영공 통과가 불허되는 바람에 그리스 영공으로 우회했다고 밝혔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에 대해 "터무니없고 어리석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유럽연합(EU) 제재 명단에 오른 자신이 이 비행기에 탑승했기 때문에 불가리아가 영공 통과를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텔레그램을 통해 "러시아 혐오주의자들의 악의적인 어리석음 탓에 우리 역사상 처음으로 비행기가 아니라 그 비행기에 탑승한 사람을 공식 당국이 금지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도 수천 명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요원에게 유사한 비행 금지 조치를 적용할 수 있다"면서 "불가리아가 위험한 선례를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불가리아 외무부는 이와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 대표는 전날 "라브로프는 러시아가 왜 비난받고 고립됐는지 모두에게 다시 들어야 한다"며 "그런 다음 그는 크렘린궁으로 돌아가 크렘린궁 주인(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EU와 OSCE가 한목소리로 러시아의 공격적이고 불법적인 행동을 규탄한다고 보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냉전 시기인 1970년대 동서 간 긴장 완화 취지에서 만들어진 OSCE의 창설 멤버다. OSCE는 유럽 주요 국가는 물론 미국 등 57개 회원국으로 구성돼 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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