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전설' 키신저라면 이-팔 중재 어떻게…셔틀외교 재조명

입력 2023-12-02 19:02  

'외교전설' 키신저라면 이-팔 중재 어떻게…셔틀외교 재조명
4차 중동전쟁 중재한 키신저, 점진적 접근 강조
"팔레스타인 문제 외면…평화 아닌 '가능한 일'만 추구" 비판도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이집트와 시리아가 연합해 이스라엘을 침공한 1973년 10월 욤키푸르 전쟁(제4차 중동전쟁)은 16일 만의 휴전협정으로 막을 내렸다. 헨리 키신저 당시 미국 국무장관은 이집트가 시나이반도 탈환뿐 아니라 경제 부양도 원한다는 사실을 간파하고 이를 활용해 양측을 중재했다. 키신저식 '셔틀외교'의 시작이었다.
키신저는 세상을 떠나기 열흘 전인 지난달 19일(현지시간) 연설문에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대해 언급했다. 미국이 이스라엘을 계속 지원하되 1973년 전쟁 이후 자신이 구축한 직접적 협상가의 역할에 더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게 그가 내놓은 해법이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 와중에 키신저가 지난달 29일 세상을 떠나면서 반세기 전 그의 중동 해법이 재조명되고 있다.
키신저 전기를 쓴 마틴 인딕 전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는 키신저 사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기고한 글에서 키신저라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대해 1973년 전쟁과 같이 "점진적으로" 접근했을 것이라고 썼다.
키신저는 평화를 추구하는 데 너무 많은 열정을 쏟아서는 안 된다고 봤다.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권력자들이 분쟁을 종식시키는 데 대한 유혹을 받았지만, 이 같은 명분에만 충실할 때 오히려 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키신저는 이를 '평화의 역설'이라고 불렀다.
그는 충돌을 완화하면서 전쟁 당사자들이 서로 합의하고 공존하는 방법을 터득해 결국 분쟁을 종식하는 단계적 프로세스, 즉 점진적 평화를 선호했다.

인딕 전 대사는 "키신저라면 '두 국가' 해법을 밀어붙여 분쟁을 끝내려는 시도에 대해 가장 먼저 경고했을 것"이라며 "대신 이집트와 다른 아랍 국가들이 질서유지를 돕는 신탁 아래 팔레스타인 통치체제 도입으로 시작하는 프로세스를 원했을 것"이라고 짚었다.
이츠하크 헤르조그 이스라엘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키신저는 이집트와 맺은 평화협정의 초석을 놓았다"고 평가했다.
키신저는 욤키푸르 전쟁 이후에도 수년에 걸쳐 이스라엘과 이집트를 오가는 셔틀외교로 철군협정을 이끌어냈다. 이는 두 나라가 적대관계를 청산하는 1978년 캠프 데이비드 협정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이집트를 중동분쟁 구도에서 제외하는 데 집중한 키신저식 해법에 논쟁의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 산타바바라 캘리포니아대의 살림 야쿠브 교수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키신저의 기본 정책 때문에 오늘날 상황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미국 싱크탱크 중동연구소(MEI)의 브라이언 카툴리스도 "키신저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방정식의 일부로 보지 않았다"며 "그의 후임자 거의 모두가 저지른 실수"라고 했다.
AP통신은 "키신저는 팔레스타인의 운명을 해결하지 못했다"며 "중동에 관해서는 평화를 추구한 게 아니라 가능한 일만 추구했다"고 꼬집었다.
dad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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