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중립국 스위스가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11조원대의 러시아 자산을 동결한 것으로 파악됐다.
4일(현지시간) 스위스 국가경제사무국(SECO)에 따르면 이달 초 기준으로 스위스의 대러시아 자산 동결 규모는 77억 스위스프랑(11조5천억여원)에 달한다.
SECO는 "이 동결 규모는 추정치여서 정확한 수치는 내년 2분기 말쯤 집계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위스는 중립국으로서 군사적 사안을 두고는 분쟁 당사국 어느 한쪽에도 편향이 없는 엄격한 태도를 취하려 하지만 서방이 러시아에 대해 적용해온 경제 제재는 빠짐없이 수용해왔다.
스위스는 지금까지 11차례에 걸쳐 진행된 서방의 경제제재를 그대로 받아들여 제재 대상의 자국 내 자산을 동결하고 금융 거래를 막았다.
소위 올리가르히(신흥재벌)로 불리는 러시아 재계 인사를 비롯해 우크라이나 침공이나 현지 인권 탄압 등에 관여한 인사 및 기관들의 재산을 동결한 규모가 11조원을 넘어선다는 게 SECO의 설명이다.
그러나 서방국 사이에서는 여전히 스위스의 제재가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고객 비밀을 최우선으로 하는 금융 관행이 남아 있는 스위스에 예상보다 더 많은 제재 대상 자산이 은닉돼 있을 텐데도 동결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주요 7개국(G7)이 러시아 유력 인사들의 자산을 추적·동결하는 전문 협력기구인 '러시아 엘리트·대리인·올리가르히 태스크포스'(REPO)에 동참할 것을 요청했지만 스위스가 지난 9월 이를 거절한 점도 이런 의심을 키운 요인이 됐다.
스위스는 굳이 REPO 가입을 하지 않더라도 제재 대상의 자산을 찾아 동결하는 작업에는 서방과 실무적으로 협력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11조원대의 자산동결 규모는 유럽연합(EU) 전체 동결 실적의 3분의 1을 넘는 수준이라고 자평하고 있다.
헬레네 부드리거-아르티다 SECO 국장은 최근에도 자국 신문에 "우리의 자산 동결 활동에 6점 만점 중 5.5점을 주고 싶다"면서 "제재 이행 과정은 매우 우수하고 주변국들과의 협력도 잘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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