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티 반군, 홍해서 美군함 공격…아랍권 입지 확대 노리나

입력 2023-12-05 17:18   수정 2023-12-05 17:22

후티 반군, 홍해서 美군함 공격…아랍권 입지 확대 노리나
가자지구 전쟁 와중에 이스라엘 관련 선박에 연쇄 공격
"대함미사일 최소 10기·이란산 드론 등 보유"…홍해 위협 부상



(서울=연합뉴스) 박진형 기자 = 예멘의 친(親)이란 후티 반군이 홍해에서 미국 해군 군함과 상선을 공격하면서 이스라엘 주변의 긴장이 홍해까지 번지는 분위기다.
후티 반군이 홍해에서 이스라엘 관련 상선 등에 대한 공격을 통해 아랍권에서 입지 넓히기에 나섰다고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4일(현지시간) 진단했다.
앞서 전날 홍해에서 '유니티 익스플로러', '넘버 9', '소피 2' 등 상선 3척이 후티 반군의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 이어 이들 선박을 도우러 항해하던 미 해군 구축함 카니호로 무인기(드론) 여러 대가 날아와 카니호가 이를 격추했다.
이와 관련해 후티 반군은 예멘을 접하고 홍해와 아덴만을 잇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에서 유니티 익스플로러와 넘버 9 등 이스라엘 선박 2척을 미사일과 드론으로 공격했다고 발표했다.
비록 인명 피해는 없었고 이들 상선이 작은 물적 피해를 보는 데 그치기는 했지만, 이번 공격으로 홍해 일대 해운의 위험성이 상당히 커졌다고 이코노미스트는 평가했다.
수에즈 운하와 인도양을 잇는 홍해는 세계적 중요 해로 중 하나로 꼽힌다.




영국 국제문제전략연구소(IISS)의 전문가 에밀 호카옘은 후티 반군 입장에서 이번 공격이 여러 면에서 전략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분석했다.
우선 후티 반군이 핍박받는 팔레스타인의 편에 서서 사우디아라비아 외의 이스라엘 같은 표적을 공격할 수 있음을 보여줘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으로 분노가 들끓는 아랍권에서 입지를 넓힐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또 후티 반군은 이번 공격으로 홍해도 이제 이스라엘에 맞선 투쟁의 장이며 미군 군함, 그리고 이스라엘과 아무리 작더라도 관련이 있을 수 있는 상선을 노릴 의사가 있다는 명확한 신호를 보냈다고 호카옘은 설명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후티 반군이 보유한 대함 미사일·드론 전력이다. 이는 후티 반군이 그간 외부에 비친 것처럼 잡동사니로 이뤄진 게릴라와 매우 거리가 멀다는 점을 보여준다.
IISS의 중동 미사일·드론 전력 전문가인 파비안 힌츠에 따르면 후티 반군은 이란으로부터 대량의 대함 미사일과 드론을 제공받았으며, 예멘 정부군의 미사일 등을 노획했다.
그 결과 후티 반군은 최소한 10기의 대함 미사일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에는 중국 설계에 기반한 사정거리 약 120㎞의 '알만다브' 1·2 미사일부터 사정거리가 최장 800㎞에 이르는 '쿠드스 z-0' 순항미사일, '사야드' 순항미사일 등이 있다.
또 300㎏의 탄두로 500㎞ 거리의 함정을 타격하는 '아세프', '탄킬' 등의 미사일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쓰고 있는 '샤헤드 136'을 비롯한 다양한 이란산 공격 드론과 무인수상함(USV)도 보유하고 있다.
후티 반군이 카니호를 공격한 드론도 미국산 정찰용 드론 'RQ-21 블랙잭'을 이란이 복제한 제품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후티 반군이 보유한 대함 미사일 전력의 양과 다양성을 고려하면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자주 위협하는 것처럼 이들이 바브엘만데브 해협에서 이런 일을 할 잠재력이 충분히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평가했다.
이스라엘과 1천600㎞ 이상 떨어져 있는 예멘이 이스라엘을 공격하기에는 좋은 위치가 아니지만, 홍해를 드나드는 선박을 공격하기에는 완벽한 곳이라는 것이다.
물론 미군 군함의 막강한 방어력을 고려하면 후티 반군의 미사일 공격이 미군에 큰 위험이 될 가능성은 작다.
하지만 후티 반군이 공격 빈도와 강도를 높일 경우 미 해군이 일반 상선들을 많이 보호해줄 수 있는지는 다른 문제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미군이 예멘 내 후티 반군의 미사일 발사·저장 시설을 추적해야 한다는 압박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 행정부가 예멘 내전을 가라앉히기 위해 노력하는 마당에 미국이 예멘 내전에 휘말리는 것은 백악관이 가장 원치 않는 것이라고 IISS의 호카옘은 관측했다.


jhpar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