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금리 인상 끝났지만 고금리 장기화…내년 5월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내년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규모나 속도 면에서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5일(현지시간)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영향을 받는 미 국채 담보 환매조건부 채권 1일물 금리(SOFR) 움직임 등을 근거로 이같이 전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 시장에서는 현재 5.5%인 기준금리 상단이 내년 12월까지 4.25% 이하로 내려갈 것으로 보는 견해가 74.7%로 여전히 다수지만, 일각에서 이런 전망이 어긋날 가능성에 돈을 걸고 있다는 것이다.
4일 거래에서는 최근 몇주 사이 처음으로 하방보호 수요와 관련된 SOFR 옵션 포지션이 크게 늘었으며, 이 포지션은 내년 1·2월 등 상반기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횟수에 대한 시장 전망이 빗나갈 경우 이득을 얻게 된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전략가들이 SOFR 옵션을 활용해 현재 선물시장에 반영된 과도한 금리 인하 기대와 반대로 투자할 것을 제안한 데 이어 나왔다.
또 지난달 28일까지의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자료에 따르면 헤지펀드들은 지난 2월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국채 선물곡선 관련 숏(하락) 포지션을 정리했다.
이뿐만 아니라 PNC파이낸셜 서비스그룹의 윌리엄 뎀체크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한 행사에서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끝났다고 본다"면서도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여전한 만큼 "그 수준에서 오랫동안 머무를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그는 내년 상반기 경기둔화 내지 가벼운 침체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키코프의 크리스 고먼 CEO도 고금리 장기화(higher for longer)를 예상하면서 연준의 연착륙 시도에 대해 '기정 사실'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알리안츠의 모하메드 엘에리언 수석 경제고문은 블룸버그 라디오 인터뷰에서 "연준의 금리 인상이 끝났다고 본다"면서 "그것이 내년 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 기대를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유럽중앙은행(ECB)이 미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국 가운데 가장 먼저 금리 인하에 나서고 공격적으로 완화정책을 펼칠 것으로 보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시장은 내년 1분기에 ECB가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확률을 90%에 가까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3주 전과 완전히 달라진 분위기다.
또 0.25%포인트씩 5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시장 가격에 완전히 반영되어 있으며, 6번째 금리 인하 가능성도 80%로 추산하고 있다. 이 경우 ECB 기준금리는 지금보다 1.5%포인트 내려간 2.5%가 된다.
이러한 견해는 매파(통화 긴축 선호)인 ECB 집행위원회 이사벨 슈나벨 위원이 이날 인플레이션 둔화에 대해 '고무적'이라고 평가하면서 더욱 힘을 얻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놀랄 만큼 둔화하고 있다면서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은 작다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연준은 내년 5월께 첫 금리 인하를 시작으로 1.25%포인트를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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