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아랍권 최다 인구 보유국인 이집트가 극심한 경제위기 속에 10일부터 대통령 선거에 돌입한다.
이집트 국가선거청(NEA)에 따르면 선거는 10∼12일(현지시간) 전국 9천400여개 투표소에서 실시되고, 결선 투표를 치르지 않는 경우 최종 결과는 오는 18일께 발표될 예정이다.
인구 약 1억600만명 가운데 만 18세 이상 유권자는 약 6천700만명에 달한다.
2011년 '아랍의 봄' 민중봉기 이후 네 번째로 치러지는 이번 대선에서는 압델 파타 엘시시(69) 현 대통령의 3선이 거의 확실시된다.
유력 야권 대선후보로 꼽혔던 아흐메드 탄타위 등이 후보 등록에 필요한 2만5천명의 유권자 지지 서명을 받지 못해 기권하거나 후보 등록을 하지 못했다. 탄타위는 이 과정에 정부의 조직적인 방해 공작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3선에 도전하는 엘시시 대통령과 경쟁하는 파지드 자흐란(이집트사회민주당), 하젬 오마르(대중인민당), 압델-사나드 야마마(이집트 와프드 당) 등 후보는 사실상 '들러리 후보'로 평가된다.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엘시시 대통령은 896명의 상·하원 의원 가운데 절반에 육박하는 424명의 지지를 받았고, 유권자 지지 서명도 무려 100만명 이상에게서 받았다.
이미 2014년과 2018년 대선에서 논란 속에 97% 안팎의 지지율로 압승했던 엘시시 대통령의 낙승이 예상되는 이유다.
국방부 장관 출신인 엘시시 대통령은 2013년 무슬림 형제단 배경의 무함마드 무르시 민선 정부를 전복한 쿠데타를 주도하고, 이듬해 대선을 통해 권좌에 올랐다.
이후 약 10년간 집권하면서 그는 '국가 안정'이라는 명목으로 반체제 인사를 탄압하고 언론을 통제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 코로나19 대유행에 이어 지난해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이집트 국민들이 외환 위기와 물가 급등에 허덕이고 있지만, 신행정수도 등 천문학적인 액수가 들어가는 대규모 사업을 강행하면서 국내외의 비난을 사기도 했다.
그런데도 엘시시 대통령은 이번 선거에서도 높은 지지율로 3선에 성공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국경을 맞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전쟁도 엘시시 대통령의 공포정치와 장기 집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을 삼켜버렸다.
엘시시 대통령의 선거운동본부장을 맡은 마흐무드 파우지는 최근 현지 방송과 인터뷰에서 "우리 후보는 중대한 업적을 달성했고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다. 이에 맞서 출마하려는 사람은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8년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엘시시 대통령은 2019년 4월 대통령의 연임 제한을 완화한 헌법 개정을 밀어붙여 2030년까지 집권할 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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