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경기 둔화 따른 신속한 긴축 완화 필요성 제기
향후 수개월 인플레 지표가 관건…고금리 영향 이미 가시화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채권의 만기가 속속 돌아오면서 일부 기업과 정부로서는 고금리로 새로 채권을 발행해야 하는 어려운 처지에 놓인 만큼 긴축 완화로의 빠른 전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40년 만의 가장 공격적인 금리 인상 사이클 이후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내년에 차입 비용을 줄여주는 쪽으로 움직일 전망이다.
소비자 물가에 대한 고무적인 지표와 함께 지난 10월 선진국 경제 지표가 2년 새 가장 약한 상승세를 보인 것도 이런 방향을 예고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와 같은 매파(통화 긴축 선호)들조차 현재의 긴축에서 전환할 것을 주문할 정도다.
이제 핵심적인 문제는 향후 수개월 동안 나올 인플레이션 지표에 달려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 지표에 따라 정책입안자들이 과거 긴축 정책의 영향을 축소해 경착륙을 피할 수 있도록 신속한 정책 전환이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환이 늦어질수록 초저금리 대출과 채권의 만기가 돌아오는 대신 새로운 대출과 채권 발행에는 훨씬 큰 비용이 드는 만큼, 기업과 가계에 미치는 영향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미 미국 중소기업들의 낙관적 전망은 줄고, 유로존 국가 일부는 경제가 위축되고 있으며, 모기지(주택담보대출)가 변동 금리 위주인 캐나다 등 국가의 주택 소유자들은 지출을 줄이고 있는 만큼 전환이 되더라도 이미 늦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컨설팅업체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만기가 도래하는 미국 기업 부채 규모는 향후 2년 동안 배로 늘어 2025년에는 약 1조달러(1천317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유로존의 경우 같은 기간 3배로 늘어 4천억 달러(527조원) 이상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 입장에서는 미리 자금을 확보하고 신용등급 강등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 기존 채권의 만기 도래 1년 전부터 새로운 발행을 늘려야 한다는 압력을 받을 수 있다.
이번 주 연준을 비롯해 유럽중앙은행(ECB),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은 마지막 통화 정책회의를 열어 금리를 동결하고 내년 초 금리 방향에 대해 시사점을 줄 것으로 보인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나 요아힘 나겔 독일 중앙은행(분데스방크) 총재는 통화 정책 완화 가능성에 대해 "추측하기엔 시기상조"라며 섣부른 예단에 제동을 걸고 있다.
그러나 미국부터 유럽까지 선진국들에서 금리 인상에 따른 영향이 점점 가시화하고 있다.
미국의 소비자 지출과 인플레이션 수치는 최근 몇 주 동안 냉각됐고, 프랑스와 캐나다는 3분기에 예상외로 경제가 위축되는 모습을 보였다. 스웨덴은 이미 경기 침체에 빠졌다.
은행들은 대출 기준을 강화하고 있고, 금리 인상으로 신용 수요도 감소한 만큼 긴축 완화에 주저하는 사이 금리 인상에 따른 피해는 더 커질 수 있다는 게 블룸버그의 설명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도이체방크의 글로벌 경제 책임자인 짐 리드의 말을 인용해 교과서에서는 통화 정책이 "장기적이고 가변적인 시차"를 두고 작동한다고 경고하지만 경제학자들이 잊어버리는 경향이 있는 개념이라며 차입 비용을 신속하게 충분히 낮춰 금융 및 경제적 비용을 제한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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