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 지원 모금 사업 강화…"정책 당국 조언 아끼지 않을 것"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유엔난민기구(UNHCR)가 개최한 국제행사에 대표단을 꾸려 참가한 한국 종교계가 14일(현지시간) 이주민과 난민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힘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대표회장 최종수 유교 성균관장을 비롯한 국내 8대 종교 대표단은 이날 스위스 제네바의 UNHCR 회의실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이주민과 난민을 보호하자는 여론 형성에 힘을 보태겠다고 약속했다.
대표단은 전날 제네바에서 개막한 UNHCR의 '2023 글로벌 난민 포럼'에 참여해 난민 문제 해결에 동참하겠다는 서약식을 열고 국제기구 관계자들과 만나 협력 방안을 협의했다. 8대 종단이 난민에 관한 공동서약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인터뷰에서 최종수 대표회장은 "포럼을 통해 강제이주민이 전 세계 1억1천만명에 이른다는 점을 알게 되니 종교계가 더 많은 관심을 갖고 할 일을 찾겠다고 다짐하게 됐다"고 말했다.
유교계를 대표하는 최 대표회장은 "공자의 가르침에 인(仁)을 실천하려면 애인(愛人), 즉 사람을 사랑해야 한다는 대목이 나온다"면서 "난민을 사람으로서 사랑해야 한다. 다른 종교에서도 비슷한 가르침이 있다"고 설명했다.
회견에 동석한 김태성 KCRP 사무총장은 "2018년 예멘 난민들이 대거 제주도로 몰려 사회적 화두가 된 것을 계기로 종교계는 고민을 거듭해왔다"면서 "성직자들이 많은 신도를 만나는 만큼 이주민과 난민을 바라보는 신도들의 인식 개선이 가장 시급하고, 이것이 종교계의 핵심 역할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부장인 도심스님도 종교계의 역할로 '홍보와 인식 전환'을 꼽았다. 그는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종교전쟁이 없던 나라다. 신자들에게 난민 문제를 설명하고 소통하면 상황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서범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부장은 "예멘 난민들은 우리나라가 이주민 인권 문제를 두고 각성할 지점을 알려줬고 종교계도 돌아볼 부분이 많았다"며 "난민보다 넓은 범위에서 이주민을 위한 인식 개선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주화 한국이슬람교 중앙회 이맘(예배 집전자)은 "이슬람이라고 하면 난민, 테러 이런 것들과 동일시하려는 시각이 없지 않았지만, 예멘 난민들을 처음 봤을 때와 수년이 흘러 지금 바라본 모습은 많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난민을 난민으로 보고 특정 종교와 결부하지 않으려면 종교가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고 신자들의 인식을 바꿔 나가야 한다. 우리의 숙제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종교계는 모금 활동으로 이주민 지원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이미 8대 종교 안에는 재단이나 국제기구 파트너 사업 등을 통해 세계 각국에서 발생한 인도적 문제를 돕기 위한 모금 사업 체계가 마련돼 있는데, 이주민·난민 보호에 사업 비중을 늘리겠다는 취지다.
이용훈 한국천주교교주회의 의장은 "가톨릭에도 국제 원조기구인 카리타스가 있듯이 종교계에는 세계 곳곳에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신자들의 봉헌을 활성화해 난민과 취약층을 돕는 사업이 있고, 이번 서약을 계기로 사업을 더욱 활성화하자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주민과 난민 현안을 다루는 정책 당국에 종교계가 조언을 아끼지 말자는 제안도 나왔다.
이명아 원불교 교무는 "정부가 포용하는 마음으로 난민과 이주민들에게 정책적 문호를 열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여러 계기를 통해 이런 메시지를 정부가 들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이어 "저출산 문제로 고민하는 정부가 한국 내 이주민 자녀의 국적 인정을 전향적으로 해 줄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고 덧붙였다.
prayer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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