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크 선사 팬오션에 컨테이너 선사 HMM까지 시너지 기대
HMM, 10조원 이상 현금 유보금 보유…"승자의 저주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신선미 기자 = 18일 국내 유일 원양 컨테이너 선사 HMM[011200](옛 현대상선)을 인수하기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하림그룹은 HMM 인수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치면 재계 13위로 14계단 뛰어오르게 된다.
하림그룹은 올해 공정거래위원회 집계 기준 자산 17조원으로 재계 27위에 있다. 하림이 인수하려는 HMM은 자산이 이보다 8조8천억원 많은 25조8천억원으로 19위다.
하림그룹·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이 HMM을 인수할 경우 하림[136480]과 HMM의 자산을 합치면 42조8천억원으로 불어난다. 이는 CJ그룹(40조7천억원)을 제치고 KT(45조9천억원)에 이은 13위에 해당한다.
이미 벌크선사 팬오션[028670]을 보유한 하림은 컨테이너 선사 HMM까지 품에 안으면 종합물류기업으로 도약하게 된다.
하림은 '닭고기'로 잘 알려진 종합식품기업이다.
1978년 전북 익산시 황등면에 황등농장을 설립하며 육계사업에 진출했고 1986년 옛 하림식품을 세운 뒤 축산뿐만 아니라 사료·식품가공·유통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하림은 축산·식품업에 머무르지 않고 2015년에 국내 최대 벌크선사 팬오션(옛 STX팬오션) 지분 58%를 1조80억원에 인수했다.
사료 원료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곡물을 실어 나르는 벌크선 인프라를 갖춘 팬오션을 인수해 운송 비용을 절감하고 유통망을 안정화할 수 있다고 봤다.
또 해상운송에 주력하던 팬오션이 사업영역을 넓혀 글로벌 곡물 유통 기업, 일명 '한국판 카길'로 거듭나겠다는 비전도 제시했었다. 곡물에서 식탁에 이르는 푸드체인의 전 과정을 통합 관리해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하림그룹이 팬오션을 인수 주체로 내세워 HMM을 사들이면 벌크선과 컨테이너선을 모두 갖춘 선사로 도약할 수 있게 된다.
팬오션은 국내 1위 벌크 해운사로 올해 상반기 기준 벌크선 301척을 운영하고 있으며 연간 화물 1억t(톤)을 전 세계에 운송하고 있다.
하림그룹은 팬오션이 글로벌 8위 컨테이너 선사인 HMM을 인수하면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하림그룹 관계자는 "하림은 사이클이 있는 해운업의 경영 노하우가 있다"면서 "앞으로 물류 사업 영역이 더욱 확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지난달 1일 기자들과 만나 HMM 인수전 참여는 밸류체인(가치사슬) 강화를 위한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며 "(밸류체인 강화는) 우리에게도 좋은 일이고 국가 경쟁력 강화에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HMM을 인수할 기업에 대해 "앞으로 잘할 사람이 하는 것"이라면서 자신감을 표하기도 했다.
하림은 JKL파트너스와 함께 유가증권 매각과 영구채 발행, 선박 매각 등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팬오션은 한진칼 주식 390만3천973주를 1천628억원에 처분하기도 했으며 호반그룹과 손잡고 약 5천억원 규모의 영구채 발행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하림그룹·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은 본입찰에서 매각 측에 HMM 영구채 주식전환 3년 유예를 요청했다가 특혜 논란이 제기되자 이를 철회했다.
산업계와 금융계 내부에선 하림그룹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됐지만 본계약까지 무사히 마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고 보는 시각도 많다. 무엇보다 자금력이 취약한 상황에서 덩치가 큰 기업을 인수해 그룹 전체가 위험해지는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림그룹이 HMM이 보유한 10조원 이상의 현금 유보금을 HMM의 경쟁력 강화에 쓰는 것이 아니라 돈줄로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스러운 눈길도 여전하다. 일각에선 2세로의 승계를 염두에 두고 이번 인수에 나섰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ykim@yna.co.kr, 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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