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전 추세, 새로운 전쟁 일어날 가능성"…국경 주민들도 군사행동 요구
"헤즈볼라·이란은 전면전 관심 없는 듯…칼자루는 이스라엘이"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국경에서 대치 중인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무력 충돌이 격화하고 있어 중동에서 새로운 전쟁이 시작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레바논과 접한 이스라엘 북부의 로시 하니크라 등 국경 마을에서는 최근 며칠간 이스라엘군과 헤즈볼라의 전투가 격화하고 있다.
양측의 전투로 며칠간 이스라엘인 4명과 현지 레바논 최소 14명이 사망했고, 이스라엘의 드론·탱크 공격으로 언론인 3명도 사망했다.
이스라엘 국가안보 담당 부보좌관을 지낸 오르나 미즈라히는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에 총격전이 벌어지고 있으며 추세는 확전으로 가고 있다"며 "이 상황에서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확전 추세로, 아무도 전면전을 원하지 않지만 어쨌든 간에 전쟁은 일어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침투해 1천200명을 살해하면서 가자지구에서 전쟁이 시작된 이후 이스라엘 북부는 사실상 '제2의 전선'이었다.
'팔레스타인 지지'를 천명한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북부 국경지대에 로켓과 박격포, 미사일 등을 쏘아댔고, 이스라엘군도 낙하산부대 등을 파견하는 등 공습과 폭격으로 대응했다.
다만, 아직은 양측의 충돌이 전면전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가디언에 따르면, 헤즈볼라는 전투원을 국경 너머로 보내기는 했지만, 이스라엘이 놀랄 정도로 깊이 침투하지는 않는 등 전면전을 피하기 위한 전략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미국 싱크탱크 중동연구소의 선임연구원인 란다 슬림은 "국경을 따라 진행된 이스라엘군의 확장은 (헤즈볼라와) 치고받는 맞대응 속에서 비례적이고 점진적이었다"며 "이 시점에서 전면전 돌입 여부는 전적으로 이스라엘이 결정할 문제다. 헤즈볼라와 이란은 확전을 원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이스라엘 내부에서는 북부에서의 군사작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헤즈볼라의 공격을 피해 이재민 신세가 된 북부 주민은 8만명에 달하는데, 경제적으로도 위기에 처한 이들은 군사적 해결책을 요구하고 있다.
이스라엘-레바논 국경 동쪽 끝에 위치한 메툴라 마을의 시의회 의장 데이비드 아줄레이는 지난 10월 7일 이후 주민 2천명이 헤즈볼라를 피해 대피했다면서 "이들이 돌아오려면 국경에서 '급진적인'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 최소한 헤즈볼라를 리타니강 뒤로 밀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지난 6일 북부지역 시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제사회가 헤즈볼라를 강제로 철수시키지 못한다면 이스라엘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행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말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도 이스라엘 응답자의 52%가 헤즈볼라에 대한 즉각적인 공격에 찬성했고, 35%만이 북부에 또 다른 전선을 만드는 것에 반대했다.
미국 등이 확전을 막기 위해 애쓰고 있으나 레바논 정부가 경제난 등으로 헤즈볼라에 대한 통제권을 잃어 외교 방안도 효과를 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영국 국제문제전략연구소(IISS)의 전문가 에밀 호카옘은 "이란과 헤즈볼라 모두 지금으로써는 (전면전에) 관심이 없고 억제된 상태지만, 이스라엘이 참전을 결정한다면 헤즈볼라는 이를 실존적 전쟁으로 해석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온갖 지옥이 펼쳐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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