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주 의무는 여름에 썼던 약…겨울엔 거둬야"
"전세 낀 주택매매, 주거 사다리의 중요한 한 부분"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최근 부동산 시장 침체와 함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전국 곳곳에서 불거진 가운데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20일 밝혔다.
분양가 상한제 주택의 실거주 의무에 대해선 폐지 필요성을 밝히며, 갭투자(전세 낀 주택 매매)는 주거 사다리의 한 부분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박 후보자는 이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PF가 무리하게 이뤄진 사업장들이 경기가 가라앉으며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잘못하면 연쇄 부도라든지 건설시장의 큰 타격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많이 있다"며 "보고를 받아보니 정부도 그런 우려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국토부와 금융당국이 긴밀히 협의해 문제를 최소화하겠다"며 "기본 원칙은 옥석은 가려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박 후보자는 "무조건 다 살리려 하면 안 되고, 악성이거나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사업장은 정리하되 충격이 적도록 제3자가 인수하는 방식을 쓰면 될 것 같다"며 "회생 가능 사업장은 보증을 추가 제공하는 방식으로 경기가 연착륙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거주 의무는 폐지돼야 한다는 입장도 거듭 밝혔다.
그는 "실거주 의무를 둔 것은 과열된 시장에서 투기를 막기 위한 것이었다"며 "지금은 시장 상황이 그렇지 않기 때문에 여름에 쓴 약은 겨울에는 거둬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회에서 합리적 대안을 포함해 여러 가능성을 모색해 주면 좋겠다"고 했다.
박 후보자는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게 투기도 있겠지만, 주거 사다리의 중요한 한 부분"이라며 "내가 다 사서 들어갈 수 없을 때는 전세라도 끼고 뒀다가 돈을 모아서 들어가는 게 우리 사회에 있는 주거 사다리의 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야당에선 "갭투자로 깡통전세와 전세사기가 발생했는데 장관 후보자의 발언은 무거울 필요가 있다"(민주당 조오섭 의원)는 비판도 나왔다.
실거주 의무는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은 아파트 청약에 당첨되면 입주 시점에서 2∼5년간 직접 거주해야 하는 규정이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 투기를 막겠다는 취지로 2021년 도입됐다.
지난해 하반기 분양 시장이 얼어붙자 정부는 올해 1월 전매제한을 완화하고 실거주 의무도 폐지하는 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실거주 의무 폐지를 위한 주택법 개정안은 갭투자를 부추길 수 있다는 야당 우려 등으로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현재 실거주 의무를 적용받는 아파트는 전국 72개 단지, 4만7천595가구다.
국회 국토위는 오는 21일 국토법안심사소위를 열고 실거주 의무 폐지 법안을 마지막으로 논의한다. 이번 임시국회에서 통과가 불발되면 법안 논의는 내년 4월 총선 이후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
인사청문회에서 박 후보자는 오피스텔 등 다양한 주택 형태가 신속하게 공급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점도 재차 강조했다.
박 후보자는 '주택 공급 부족에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는 질의에 "도심 내에서 소규모 자투리땅을 이용해 오피스텔 등 다양한 형태 주택이 빨리 공급될 수 있도록 금융 지원 등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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