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유럽연합(EU)과 미국 간 소위 '트럼프 잔재'를 청산하기 위한 철강협정 타결이 올해 불발되면서 결국 해를 넘기게 됐다.
양측이 올해 연말 종료 예정이던 한시적 무관세 조처를 2025년초까지 상호 연장하기로 합의하면서 일단 급한 불은 껐지만, 내년에도 협상 전망이 밝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28일(현지시간) EU 홈페이지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19일 미국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 재적용 시점을 2025년 3월 31일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같은 기간 동안 미측이 유럽산 철강에 대한 25%, 알루미늄에 대한 10%의 고율 관세 적용을 유예하기로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2018년 3월 '국가 안보 위협'을 이유로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 수입산 철강에 대해 25%, 알루미늄에 대해 10%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그러자 EU는 강력히 반발하며 보복 관세로 맞대응했다.
이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해인 2021년 미국이 232조 적용은 유지하되 관세할당제도를 통해 제한된 유럽산 철강·알루미늄 물량에 대해서는 무관세 수입을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허용하기로 했고, EU도 미측의 유화적 제스처에 호응해 보복관세 적용을 한시적으로 중단했다.
아울러 양측은 무관세가 유지되는 동안 '맞불 관세' 가능성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면서 '철강 산업의 저탄소화' 전환을 목표로 한 '지속 가능한 글로벌 철강 및 알루미늄 협정'(GSA) 체결을 논의해왔다.
GSA를 통해 우방인 미-EU 간 소모적인 철강 분쟁을 멈추고 대신 중국 등 비시장적 관행으로 과잉 생산되는 제3국산에는 관세를 부과하는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협의 과정에서 미측이 EU의 관세할당제도 완전 철폐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데다 제3국에 대한 관세 적용 방식을 두고도 이견이 지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지난 10월 미-EU 정상회담에서도 합의가 무산되면서 애초 정한 협상 시한을 넘기게 되자 일단 응급조처 격으로 무관세를 연장하기로 한 셈이다.
이에 양측은 해가 바뀌는 대로 협상 진전에 주력할 것으로 보이지만, 내년 6월에는 유럽의회 선거, 11월에는 미국 대선이 예정된 만큼 교착 장기화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무엇보다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여부가 확실치 않은 만큼 미 대선 결과가 중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EU 집행위는 "유럽산 수출 제품에 대한 미 232조 관세를 영구 철폐하기 위해 미측과 지속해서 건설적인 협력을 이어갈 것"이라며 "상호 간 관세 (부활) 유예를 연장한 것은 남은 GSA 관련 현안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시간과 정책공간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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