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기저효과 소멸…경제주체 신뢰 부족·고령화 가속화 등 과제 직면"
"작년 반등 소비 상승세 둔화 예상…中, 재정적자·유동성 공급 확대 전망"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한국은행은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이 부동산과 수출입 부문 약세가 지속되면서 작년보다 다소 낮아진 4% 중반 수준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한국은행 북경사무소는 4일 발표한 보고서 '2024년 중국 경제 전망 및 주요 이슈'에서 "부동산 경기 부진 지속, 코로나19 기저효과 소멸 등으로 성장률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코로나19 대유행이 끝나지 않은 2022년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은 5%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이는 작년과 달리, 코로나19에서 벗어난 작년을 기준으로 삼는 올해 성장률은 다른 경제 여건에 눈에 띄는 개선이 없는 한 작년보다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한국은행은 "중국 경제는 부동산 시장이 경기순환적·구조적 요인이 맞물려 당분간 부진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경제주체들의 신뢰 부족, 고령화 가속화 등 여러 단기·중기적 도전 과제에도 직면해있다"고 짚었다.
해외 주요 경제기구와 투자은행의 올해 중국 성장률 전망치도 4% 중반대에 머물러 있다.
작년 한 해 5.4% 성장률을 예상했던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중국 성장률 전망치를 4.6%로 잡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세계은행(WB)은 각각 4.7%와 4.4%로 전망했다. 주요 투자은행(IB) 8곳의 올해 중국 성장률 평균 전망치도 4.6% 수준이다.
반면 중국 주요 금융기관들은 올해 평균 5.0%의 성장률을 나타낼 것이라며 비교적 낙관적인 전망을 발표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부동산 시장 침체 속에 자동차·통신기기·서비스·온라인 등을 중심으로 반등하며 경제 성장을 견인했던 중국의 소비 부문은 올해 증가세가 다소 둔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작년에는 코로나19 대유행기에 쌓인 '초과 저축'(5조∼7조위안·약 916조∼1천282조원 규모 추정)이 일부 쓰인 데다 중국 당국이 2분기 이후 내수 진작을 위한 지원 정책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소비가 회복세를 보였지만, 지갑이 열리는 분야가 저가 품목에 집중되는 패턴이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이 제약조건으로 꼽힌다.
한국은행은 올해 중국 경기 상황이 불확실하고 부동산·취업 등 경제 여건이 빠르게 개선되기는 어려워 보인다는 점에서, 당국이 소득 증대와 세금·보조금 혜택 같은 소비 촉진 정책에 주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중국 부동산 투자와 수출입은 작년 부진이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저출산·고령화 등으로 주택 수요가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고, 최근 집값 하락으로 주택 구입 동기가 저하돼 부동산 개발 투자는 전년(2023년) 부진이 이어질 전망"이라며 "신규 착공 실적이 급감한 가운데 주택 재고량이 여전히 많은 상황도 부동산 투자의 빠른 회복을 저해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한국은행은 베이징·상하이 등 주요 1선도시(베이징·상하이·광저우·선전과 같이 인구 1천만명 이상이거나 경제가 발달한 도시) 정부들이 잇따라 주택 구입 규제 완화를 발표했고, 도시 내 낙후지역 개발과 도심 재개발 등 대규모 사업도 추진될 예정이라고 지적하고 "향후 부동산 투자 부진은 점차 완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수출과 수입 전망도 밝지는 않을 걸로 한국은행은 봤다.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과 일대일로(一帶一路. 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관련 국가들을 중심으로 수출이 증가세를 보이고, 신에너지차·배터리 등 주력 품목 역시 호조세를 지속하겠지만 미중 갈등과 지정학적 리스크, 미국 등 주요 수출 대상 국가들의 성장세 둔화는 수출에 부담 요인이다.
정보기술(IT) 경기 회복으로 관련 중간재 수입은 늘겠지만, 올해 중국의 전반적인 수입은 부진을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고 한국은행은 예상했다.
작년 잇단 마이너스 증가율로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를 낳았던 소비자 물가는 올해 상반기까지는 부동산 부진과 과잉 생산으로 마이너스를 이어가겠지만, 내수 흐름 등의 영향으로 연간 1% 초반 수준의 상승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은행은 아울러 올해 중국 당국이 경기 회복을 촉진하기 위해 재정 적자 규모를 늘리고, 부채에 허덕이는 지방정부들을 위해 지방 특수채 범위를 합리적으로 확대할 것으로 봤다.
한국은행은 중소기업 등 실물경제에 대한 장기 유동성 공급을 위한 지급준비율(RRR) 추가 인하와 재대출 한도의 탄력적 증대, 정책금리 하향 조정, 부동산 수요 진작을 위한 일선 은행 금리 인하 요구 등을 주요 통화정책으로 예상했다.
xi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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