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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여러분, 화장실에 가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4일(현지시간) 로마의 하원의사당에서 뒤늦게 송년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멜로니 총리는 연말에 했어야 할 송년 기자회견을 두 차례 연기한 것에 대해 기자들에게 먼저 양해를 구했다.
그는 "모두가 알고 있듯이 독감과 이석증 탓"이라며 "기자들의 질문을 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난 도망치는 데 익숙하지 않다"고 해명했다.
멜로니 총리는 도망치는 타입이 아니라고 자신했지만 곧 자기 말을 후회해야 했다.
송년 기자회견이 늦춰지면서 그만큼 기자들이 질문거리를 준비할 시간도 늘어났다. 야당에선 총리가 답해야 할 질문 리스트를 언론에 공개하기도 했다.
끝없이 이어지는 질문에 기자회견은 장장 3시간을 넘겼고 멜로니 총리는 40번째 질문에 답한 뒤 다시 한번 양해를 구해야 했다.
멜로니 총리는 "나는 죽어가고 있다"며 "여러분, 화장실에 가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그는 "맹세코 질문을 3개 더 받고 싶은데, 잠깐만 기다려도 될까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실례합니다"라고 말한 뒤 자리에서 일어섰다.
화장실을 향해 종종걸음치는 멜로니 총리를 파브리치오 알파노 총리실 대변이 뒤따랐다.
다시 자리로 돌아온 멜로니 총리는 질문 3개에 더 답한 뒤 길었던 송년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은 기자들이 총리의 이러한 '털털한 면모'를 잘 알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지난해 7월 리투아니아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때 하이힐에 대한 고통을 숨기지 않고 "발이 너무 아파요"라고 기자들에게 말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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