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300명 선출…하시나 현 총리 5선 고지 오를 듯
야권 반정부 시위과정서 유혈 충돌도…1만1천명 체포돼
(뉴델리=연합뉴스) 유창엽 특파원 = 남아시아 방글라데시에서 7일(현지시간) 야권의 보이콧 속에 총선이 실시됐다.
약 1억2천만명의 유권자들은 이날 오전 8시(현지시간) 전국 4만2천여개 투표소에서 투표권을 행사하기 시작했다고 현지 매체들이 전했다.
유권자들은 약 2천명의 후보를 상대로 임기 5년의 국회의원 300명을 뽑는다.
후보들 가운데 437명은 무소속으로 2001년 이래 최대치다.
당국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약 80만명의 경찰 및 병력을 전국 투표소 등에 배치했다.
단원제인 방글라데시에서는 지역구에서 의원을 직접 선출한 뒤 정당별 득표율에 따라 여성 몫 50석을 배분한다.
투표는 오후 4시께 종료된다.
이어 개표가 진행돼 그 결과는 다음날인 8일 오전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번 총선은 제1야당 방글라데시민족주의당(BNP)과 자마트-에-이슬라미 등 일부 군소정당이 공정한 선거를 위해 셰이크 하시나 총리 정부 사퇴 및 중립 정부 구성을 요구하며 2021년부터 시위해오다가 거부되자 보이콧에 나선 가운데 치러지는 것이다.
BNP 등 일부 야당은 2014년 총선도 보이콧했다.
야권은 특히 작년 10월 말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열었다가 경찰관 1명이 사망하고 수백명이 부상한 이후 당국의 대대적인 탄압에 직면했다.
야권 지도자와 당원 등 최소 1만1천명이 체포돼 수감됐고, 많은 당원이 당국에 쫓기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은 유권자들의 투표를 만류해왔다. 투표 행위는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하다가 희생된 이들을 배신하는 것이라는 논리를 내세웠다.
여당인 아와미연맹(AL) 측은 당원들을 동원해 투표하지 않으면 정부의 복지수당을 박탈하겠다고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당을 받는 취약계층은 1천300만여명에 달한다.
AL 측은 이번 총선에 많은 후보가 나서 제대로 치러지는 것처럼 보이도록 하기 위해 후보 등록을 신청했다가 밀린 당원에게 무소속 출마를 권유하는 등 온갖 수단을 동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측은 방글라데시 당국의 야권 탄압에 우려를 표명하며 공정한 선거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압박해왔다.
미국은 지난해 5월 민주적 선거 과정을 훼손하는 방글라데시인들에 대해서는 비자 발급을 제한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방글라데시 당국은 서방측 주장에 아랑곳하지 않고 총선 준비를 강행했다.
외신들은 총선 결과 전망에 대해 초대 대통령이자 '건국 아버지'로 여겨지는 셰이크 무지부르 라만(1920∼1975)의 장녀인 하시나 총리의 압승으로 끝나는 것은 '기정사실'이라고 보도했다.
이로써 1996년 처음 총리에 오른 데 이어 2009년부터 3연임에 성공한 하시나 총리는 5번째로 총리직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투표율이 낮으면 총선 '정당성' 시비가 일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집권기간에 의류산업을 집중 육성해 경제발전을 이룬 점 등에 대해서는 평가받지만 철권통치를 통해 야권과 인권을 탄압해왔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yct94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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